친구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글감 어디 없을까
오늘도 어김없이 글쓰기 마감을 넘긴다. 컴퓨터 모니터 오른쪽 아래 시간은 하루 지난 목요일 오전 12시 2분을 가리킨다. 글감은 글의 이야깃거리를 말한다. 모든 글의 소재이자 재료이다. 하루 보내다가 이것은 글감으로 어떨까? 쓴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생각한다. 오늘 일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일상에서 쉽게 글감을 찾으라고 하는데 연결하는 게 어렵다. 얼마 전 들은 너튜브 '김민영의 글쓰기 수업'에서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글감을 찾으라고 한다. 또 친밀한 감정을 쌓을 수 있는 것에서 쓰라고 한다. 커피, 산책거리, 침대, 강아지, 가족 등.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일상의 패턴을 쓰라 한다. 규칙적으로 하는 것, 자신만의 루틴. 그래서 민영작가는 아침운동인 달리기를 쓴다고 한다. 체력이 필력이라고. 체력이 떨어져서일까 글쓰기가 어려워지는 이유가. 얼마 전 찾은 천변길 노란 수선화와 벚꽃이 뛰라는 손짓 같았다.
마지막은 책이 가장 좋은 글감이라고 한다. 책은 5년 이상되는 경험들을 흡수하는 것이라고.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무수한 글감들을 찾아보라고 한다. 그래서 독후감 같은 서평을 쓰곤 하지만. 비빌언덕이 필요했나 보다. 거인의 어깨를 빌려 말하는 게 조금은 비겁해 보이지만 이렇게 남의 말을 빌려 내 생각을 조금씩 말하다 보면 온전히 내 의견과 소신을 밝히는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앞 문장 참 길다. 단문으로 만들어야 리듬이 생길 것 같다.
현재 가장 가까운 곳은 책상이다. 이 자판을 두드리는 노트북이 놓여 있는 책상. 거실에 놓인 이 책상은 아이들과 함께 쓴다. 저녁에는 아이들이 숙제와 공부하는 곳으로 쓰이다 10시 이후 아이들이 자고 난 뒤 내가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앉아있다. 겨울이 되면서 아이들 공부하는 곳이 안방으로 옮기면서 그 저녁시간에도 내 차지가 될 수 있는데 난 꼭 10시 이후에 앉아서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자정을 넘긴다. 연구비 정산을 앞둔 영수증과 증빙자료들이 투명비닐커버에 담겨있다. 내일은 정리를 해야 한다. 또 보라색 연필통에는 각양각색의 볼펜과 연필, 색연필이 놓였다. 삼각자도 있구나. 그리고 메모를 위한 포스트잇이 쌓여있고, 다이어리 2권이 놓여있다. 탁상시계와 연필깎이도 함께. 책상과 어울리지 않는 탁구채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이 그려놓은 캐릭터 색칠종이도 있고. 까만 마우스 패드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리되지 않는 내 생각처럼 책상도 어지럽구나. 내일은 주제 있는 글, 명확한 글감이 있는 글을 써야겠다. 한글파일 문서정보를 보니 원고지 4.9장이다. 주 5일 원고지 5장 이상 쓰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더 써 본다. 내일은 글감 목록을 검색해서 리스트를 작성해 봐야겠다. 글감, 글의 재료는 많은데 결정이 어렵고 그 구체성을 띄고 공감하는 글을 쓰기가 어렵구나. 이렇게 알아가는 것에 만족하며 오늘 글은 마친다. (원고지 5.8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