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매력있닭!/김점선, 그림 노은주, 단비어린이 문학, 2020
잘 살펴봐!
분명 너에게도 특별한 매력이 하나쯤은 있을 거야.
어떤 친구는 공부는 못하지만 발표를 잘하고
어떤 친구는 발표는 못하지만 노래를 잘하고
또 어떤 친구는 노래는 못하지만 운동을 잘하지.
물론 다 잘하면 좋겠지만 못한다고 잘못은 아니야!
매력은 무엇을 잘해서 생길 수도 있지만,
못한다고 해서 없지도 않아.
내 곁의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
'매력'은 시작되거든.
출처 : 이상하게 매력있닭! 중 책 뒤표지 문장에서
국어나 문학 등 교과서에 자신의 문학작품이 실리지 않았으면 하는 작가들에 인터뷰를 기억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교과서에 올라가는 순간 그 문학작품을 싫어단다는 것. 시험공부 문제로 받아들여져 작품의 진심과 여러 가지 해석보다 객관적으로 분석되고, 아이들이 스트레스받는 걸 거부하는 이들이 있었다. 과학 교과서에 수록된 생물도 문학작품 작가들과 마찬가지 아닐까. 올라가는 순간 그 해당 학년 실험 단원에서 생물을 구입하는 일이 전국적으로 일어난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교육통계 지표누리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수가 6183교라고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수는 많다.
과학교담으로서 영상과 교과서만으로 과학수업을 진행하기에는 뭔가 서운했다. 삶과 앎의 분리. 영상과 책의 글자만으로는 아이들에게 생물의 한살이에서 알려주려는 생명의 경외감 배움이 와닿지 않을 것을 알기에 과감하게 동물의 한살이를 배추흰나비와 닭 실물로 가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은 햄스터를 원했다. 스스로 원하지 않은 닭이기에 아이들은 덜 참여하고 즐겁지 않았나 보다. 무엇이든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걸 해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걸 다시금 아이들 눈동자를 보고 느꼈다. 이렇게 프로젝트로 긴 시간으로 실행하면서 수업을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한편으로 손이 많이 가는 걸 경험으로 알기에 오늘도 물을 주러 간다.
3학년 단원에는 출판사마다 다르겠지만 00 출판사는 배추흰나비가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이것만 하려고 하다 아이들의 의지인 햄스터를 뒤로 하고 닭을 키우기로 했다. 달걀을 낳는 것까지를 목표로. 얼마 전에 보아하니 5개월 이후 암컷은 엉덩이 쪽 털이 복실 해졌을 때 알을 낳을 수 있다고 한다. 파면이 선고된 날 4월 4일,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다섯 알을 넣고, 칠일이 세 바퀴 돈 이십일 일 이후 4월 25일 정확하게 부화했다. 그다음 병아리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정확하게 자연의 법칙을 지켜서 나왔지만 3년째 부화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갓 나온 병아리들의 죽음 앞에서는 정말 안절부절못하게 한다. 마을학교 선생님도 한 밤중에 왔다가 시들해져 가는 병아리를 보면서 한참을 발 동동 거리며 멈춰 섰다고 한다. 그렇게 셋을 보내고 조리사님이 다행히 같은 시기의 병아리를 키우고 있어서 네 마리를 입양했다. 아이들의 표정은 정말 슬퍼했다. 신해철의 노래 1974년 첫 죽음을 보았다던 얄리가 나오는 노래 '날아라 병아리'가 생각나 프로젝트 공유방에 올려두었다. 아이들의 감수성은 어른보다 훨씬 더 섬세하다. 다행히 그 이후 블랑, 검정콩, 회색이, 하얀 이, 하얀 이 둘은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다. 마리 당 에이포용지보다 더 좁았던 주거 면적은 마리 당 전지 사이즈로 커진 전용면적의 집으로 이사했다. 전에 청둥오리가 살 던 집으로 말이다. 연못 부근이라 닭들이 물을 싫어단다는 걸 아이들이 발견했는데 오히려 유월이 다가오며 더워진 날씨에 시원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방이 세 개라 어쩔까 걱정했는데 아침에 와서 보면 다섯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아직은 추워서 인지 함께 있어야 온기가 생겨 힘이 나나보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가보면 짜장과 단무지(중국집에서 동화작가는 이름을 연상했을까)는 반 친구들의 매력을 발굴해 주는 역할을 한다. 잘난 척하고 아는 게 많다고 자랑하는 친구도 탐정처럼 섬세하게 추리를 해서 그들을 도와주며 매력이 발산되는 일들을 작가는 연결 지어 소개한다. 그렇게 자신의 주변의 것들, 친구가 되었든 동물이 되었든, 소소하고 작은 거라도 소중하게 여기자 매력은 발견된다. 혐오와 조롱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고 가는 이 시대 이렇게 누군가의 매력을 찾아보는 짜장과 단무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비웃음과 자신이 일어서기 위해 상대방 약점을 잡아 넘어뜨려야 하는 각자도생, 무한경쟁인 이 시대, 삭막해서 사람 사이 만남을 멀리하려는 이들에게, 그래도 세상 따뜻하다는 걸, 다들 조금씩은 매력이 있다는 걸, 전라도 사투리로 매력인 '귄'은 있을 거야, 아니 있었을거야라는 믿음이 생기길 바라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책 속에서 닭을 키우는 친구들이 래퍼가 되어 작사했던 노랫말을 작가에게 동의 구하고 수노 AI로 노래도 만들었다. 닭의 한살이로 시작한 이 책, 그들이 단순 도구가 아닌 함께 성장하려는 모습이 책 내용처럼 참 다양한 활동으로 연결되었다. 동물의 생각을 상상하게 만든 책, 덕분에 모래목욕탕을 닭장에 추가해 동물복지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 준 이 책. 이상하게 매력있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