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김훈/문학동네>
글쓰기 문체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작가다. 단호한 문체, 군더더기 없이 짧고 리듬감 있는 문장을 닮고 싶은 작가이다. 그런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 글을 만난 건 고등학교 국어책이었을까. 아니면 작문책이었을까. 요강바위 이야기가 나오는 순창편의 글이 교과서에 실린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기행문의 형식을 배우기 위한 글로 먼저 다가왔다. 여정과 감상이라는 단어를 알기 위해 글 안 내용보다는 글밖에 형식으로 만났다. 오랜 시간 기억에 남는 것은 김훈작가의 정갈한 단문 쓰기 명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래도 당시 읽었던 글의 여운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화석처럼 남아 이렇게 다시 읽게 하는 힘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과 냇가, 바다를 풍륜이라는 이름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쓴 글이다. 몸을 쓰며 쓴 글이라 더 생생한 감이 있다. 사진작가 이강빈의 사진도 현장감을 더해 준다. 단 2편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 편은 작가의 사유보다는 문헌의 기댄 흔적이 많다. 경기도의 후원을 받아서였을까. 이렇게 두꺼운 한 권으로 모인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을 보니 가보고 싶은 곳이 여러 곳 생기고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가까운 곳에 섬진강 자전거 도로를 다녀오고 싶다. 코로나시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작은 실천도 될 수 있고 건강을 위해서도 자전거 타는 습관을 기르고 싶다. 그런데 자동차를 타는 습관의 힘이 더 강해서일까. 오늘도 가까운 슈퍼도 차를 끌고 가는 내 몸의 익숙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 자전거랑 친해지자. 이때 다시 장비 욕심이 생기려 하지만 미디어에서 보이는 자전거 동호회 복장이나 장비에 현혹되지 말자. 우선 갖고 있는 자전거에 최선을 다하자.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 중 하나. 엉뚱하지만 모란시장의 탄생배경이다. “모란시장은 시골 소읍의 장터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져내려 온 전통5일장과는 다르다. 1960년대 초 성남지역 개척의 선구자였던 예비역 육군대령 김창숙의 주도 아래 인위적으로 개설된 5일장이다. 김창숙이 고향이 평양 모란봉이라 그 시장의 이름이 모란시장으로 되었다는 기원이다.”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서울이 팽창하자 그 뒷전으로 밀려난 민중들의 자생적인 교역의 현장이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다음은 충북 영동군 조령마을 소개글에서 만난 포수 이야기다. 멧돼지 사냥을 할 때 개가 잘못 판단해서 엉뚱한 곳을 헤맬 때도 있다고 한다. 그는 개를 나무라거나 때리지 않는다고 한다. “개를 때리면, 때려도 말 안 듣는 개가 된다. 개의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이 문장이 크게 와닿았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변화를 주려하면 다음에는 더 센 강도의 억압을 줘야 한다. 이게 점점 커진다면 아찔해진다. 마지막은 진도 소포리의 운림산방 기념관에 대한 이야기다. 허소치의 기념관을 짓기 위해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로 짓고 이게 옛 주인의 초가집 새 건물을 가리자 다시 허무는 과정에서 삼십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과정의 안타까움을 호소한다. “어쩌면 옛 모습의 원형이라는 것은 오직 군더더기가 없고 단출한 것이다. 그리고 결핍 속에서 우아한 것이다. 자꾸만 짓는다고 잘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도 무언가를 기념하고 발굴하는 것에 대한 포장으로 새롭게 건물이나 조형물이 들어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있는 그대로 결핍되는 대로 그냥 두는 것게 오히려 더 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와 비슷한 제목 동화책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라는 도서가 함께 읽기 또는 온작품 읽기로 인기가 있었던 적이 있다. 아니 지금도 인기가 있다.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 도전 영산강, 섬진강 등 초등학생들이 타기는 조금 먼 거리를 도전하는 자전거 프로젝트를 많이 볼 수 있다. 전기나 기름이 아닌 천연의 힘, 생태적인 연료인 사람의 힘만으로 가는 두 바퀴 여행은 적극 추천한다.
작가의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만난 책, 자전거 여행, 코로나로 비행기 여행, 배 여행이 어려운 이때 두 바퀴로 사박사박 바람을 느끼며 갈 수 있는 소박한 두 바퀴 바람 여행을 꿈꿔본다. 작가처럼 자연과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대화하면서. 함께 사진으로 그 순간 풍경을 담아 줄 사진기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똑똑 폰으로도 충분하리라 믿는다. 텔레비전 속 한국기행, 동네 한 바퀴처럼 남들이 알려주는 정보가 아닌 내가 찾아다니는 맛집 정보, 그곳 마을의 전설과 구전되는 이야기들을 찾아보고 있다. 가까이는 우리 마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