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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은 어떻게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가?

by 함승민

우리는 종종 상식을 타고난 듯 여긴다. “그건 너무 상식이잖아”라는 말에는, 모두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상식이란 특정한 시간과 장소, 그리고 그 안의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관일 뿐이다. 법처럼 명문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윤리처럼 체계화된 이론도 아니다. 말하자면 상식은 도덕의 또 다른 얼굴이며, 시대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공감대’다.


문제는 이 ‘공감대’가 때로는 폭력의 얼굴을 띨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게 상식 아니냐”는 말은, 실은 ‘왜 너는 우리와 다르냐’는 추궁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다수가 믿는 것처럼 포장한 상식을 앞세워 소수를 몰아붙이기도 하고, 그 '포장된 상식'에 속아 속마음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식에 공감하는 척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피로하다. “이게 당연한 상식 아니야?”라는 예상치 못한 공격을 피하려면, 통용되는 상식이 무엇인지 민감하게 관찰하고 때로는 따라갈 필요가 있다. 더구나, 정보와 감정이 실시간으로 흐르는 오늘날에는 내가 속하지 않은 공동체의 상식까지 살펴야 한다. 내가 모르는 ‘당연함’이 나를 향한 비판이 되기 전에, 우리는 감수성을 깨어 있는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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