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일 년이 되어가 돌아본 나의 뉴질랜드 정착기, 두 번째 이야기
in Rotorua / 한국에서 차를 렌트해서 여행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생각으로 뉴질랜드에서 차 렌트를 해서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지 모르겠다. 미국에서 일 년정도 생활하면서 가장 후회했던 부분은 한국에서 면허를 따고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지 못한 것. 우리나라의 경우 어딜 가던 그래도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는 편이라 차가 없어도 그리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국은 땅의 크기가 워낙 크기도 하고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생활하면서 많이 불편했다. 출근을 하기 위해서는 30분에 한대씩 오는 버스를 놓치면 안 되었고, 한인마트를 가려면 버스를 갈아타고 편도 2시간 정도 걸려야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뉴질랜드 오기 전에는 면허증이 있으면 운전하는 것에 대해 선택이라도 할 수 있으니 꼭 면허를 따서 연수도 받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에서 연수도 받고 했으니까 뉴질랜드에서 일주일 정도 여행하는 걸 차를 렌트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접한 뉴질랜드의 운전은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달랐다. 도로 사정이 우리나라와 다를 뿐만 아니라 가장 다른 점은 운전대의 방향이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있다는 것. 운전 초보자인 내가 어떻게든 운전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나의 크나큰 착오였다.
오클랜드에서 로토루아까지는 어떻게든 운전을 해서 4시간 만에 도착하긴 했다. 그런데 문제는 로토루아에서 타우포로 가는 날 터졌다. 날씨가 흐리더니 출발할 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로토루아에서 타우포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 친구가 운전을 하기로 했는데 친구가 운전에 겁을 먹고 못하겠다고 해서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데 타우포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가 친구랑 나랑 같이 황천길 갈 뻔했다. 다행히도 어떤 사고가 있거나 하진 않았고, 뒤에 경찰차가 있었는데 경찰들이 너네 운전하는 거 너무 위험해 보인다면서 우리의 목적지였던 타우포까지 운전을 대신해주었다. (여담으로 렌터카 반납을 웰링턴에서 하기로 했는데 타우포에 두고 갔기 때문에 오클랜드에 있는 렌터카 회사에서 대신 그 차를 회수해갔는데 빌렸던 비용만큼 더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 워홀 초기라 꽤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게 눈물이 났지만 우리의 목숨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지불을 했다.)
in Taupo / 친절한 뉴질랜드 경찰 덕분에 무사히 도착한 타우포. 원래 타우포에서는 하룻밤만 지내고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묵었던 호스텔이 좋기도 했고,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날 뻔했던 상황 때문에 이틀 묵기로 친구와 얘기를 했다. 딱히 뭘 해야겠다는 계획이 없었는데 호스텔 스태프에게 물어보니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Hot stream이 공원에 있고, 타우포에서 번지 점프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그걸 하기로 결정.
뉴질랜드에 와서 한 번쯤은 시도할만한 익스트림 스포츠는 번지점프와 스카이다이빙이 아닐까 싶다. 타우포에 도착하고 다음 날, 날씨가 좋지 않을 거란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화창하고 햇빛 덕분에 뜨거운 날씨였다. 전 날 번지점프를 예약할 때 날씨가 좋지 않아도 꼭 하고 싶다는 생각 속에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타우포에서의 번지는 바닥이 투명하게 보이는 강을 보며 할 수 있었는데 번지점프뿐만 아니라 번지스윙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있었다.
내가 번지점프를 예약한 시간이 다 되어서 리셉션 쪽으로 갔더니 주의사항 같은 것을 읽어보게 한 후 내 정보에 대해 간단히 적는 종이를 주었다. 번지점프를 할 경우, 몸무게 제한이 있어서 체중을 잰 다음에 왼쪽 손등에 적어주더라. 내 순서가 되기 전 앞에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키가 컸던 서양인, 다른 한 명은 이제 막 워홀을 끝내고 여행한다고 했던 타이완 남자. 타이완 남자는 번지점프하기 전 떨렸는지 뒤에 있는 나하고 짧은 대화를 했는데 굉장히 떨려 보였다.
나의 경우, 고소공포증이 크게 없어서 시도를 한 것이었는데 상체와 발목 쪽에 안전장치를 하고 번지대 앞까지 가는 그 순간이 제일 떨렸다. 발목에 한 안전장치가 밑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이라 떨어질 거 같은 기분과 떨어지기 직전 과연 내가 뛰어내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47m 높이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을 보며 뛰어내린다라. 온갖 잡다한 생각이 순간 스쳤지만 안전장치에 내 몸을 맡긴 채 뛰어내렸다. 우와아ㅏㅏㅏㅏㅏ!!!!! 내려가는 순간에는 물이 잠깐 보이다가 반동으로 올라갈 때는 뭔가 놀이기구를 타느 느낌. 그리고 나는 키가 작아서 그런지 물 근처에는 손도 못 댔는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두어 번 정도의 반동이 있었고 밑에 있는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기다란 봉을 잡고 고무보트에 안착하고 내린 다음, 친구가 기다리는 장소로 갔다. 뛰기 전에는 조금 떨렸다가 정말 번지대 앞에 섰을 때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뛰고 나니 너무 짧았다고 생각이 드는 아이러니.
in Napier / 타우포까지는 렌터카를 타고 이동을 했지만 안전한 여행을 위해서 인터시티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인터시티버스가 뉴질랜드의 고속버스쯤 되려나. 모바일웹으로 예매를 했는 예매를 할 때마다 $3.99의 수수료가 붙는다. 미리 예매를 하면 $1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이용을 할 수 있는데, 친구와 나는 이동하기 전 날을 예매를 했다. 타우포에서 네이피어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터시티버스가 한 번에 직행으로 가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중간중간마다 도시를 들렀다 가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섬나라인 뉴질랜드의 도시, 네이피어는 동쪽에 붙어 있어서 바다가 매우 가까웠다.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접한 바다였다. 도착한 날은 날씨가 우중충해서 제대로 된 바다 구경은 하지 않고 대부분 숙소에 머물러서 친구와 영화를 봤는데 다음날은 거짓말처럼 날씨가 매우 좋았다. 에메랄드 색상의 바다를 보다가 근처에서 선데이마켓이 열려서 구경도 하고 아침과 커피를 사 먹었다. 친구와 같이 바다를 하염없이 구경하며 날씨 좋은 네이피어를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