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일 년이 되어가 돌아본 나의 뉴질랜드 정착기, 세 번째 이야기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하면서 하는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지역선정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낯선 나라에서 지내야 하는데 내가 알 수 있는 정보가 한계가 있으니까 어디로 가야할 지 아마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를 때는 뉴질랜드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오클랜드로 생각을 했다. 대도시니까 일자리를 구하기도 다른 데 보단 나을 거 같았는데 이미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시고 있는 다른 분의 글을 보고서 마음이 바뀌었다. 사람이 많은 곳을 꺼려하는 나의 성격 상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조금은 도시느낌이 나면서 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곳을 생각하다보니 뉴질랜드 북섬 끝, 수도인 웰링턴으로 정했다. 애초에 농장이나 공장보다는 시티잡을 생각했던 터라 그래도 번화한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웰링턴이 좋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네이피어에서 인터시티버스를 타고 거의 7시간 만에 도착한 웰링턴. 그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9월 쯤이 되면 뉴질랜드에서는 봄 날씨라고 표현을 하는데 글쎄. 하늘은 온통 회색빛에, 바람의 도시 답게 도착하자마자 비바람이 나와 친구를 맞이하였다. 짐이 많았던 터라 미리 예약해둔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웰링턴 도착하기 전부터 플랫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도착한 날 뷰잉 3곳을 하러 열심히 돌아다녔다. 왜 우산을 써도 소용이 없는 지 몸소 실감할 수 있는 날씨였다. 비는 내리는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우산을 쓰면 보통의 우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바람의 세기라서 우산이 뒤집히고 난리도 아니였다. 그래서 둘 다 바람막이로 무장을 하고 돌아다녔다. 둘 다 웰링턴 시티 안에서 일을 구할 생각이었던 터라 플랫이 시티랑 너무 멀면 출퇴근하기 어려울 것을 생각하고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로 최대한 알아보았다. 트레이드미를 통해 알아보고 연락을 넣었는데 싱글을 주로 선호하는 편이었고, 방값이 비싼데도 가구가 갖춰지지 않은 플랫이 참으로 많았다. 세 군데를 비교해보고 결정한 곳은 중국인이 주인이었던 플랫. 우리가 쓸 수 있는 가구 그러니까 책상, 침대, 옷장 같은 게 기본적으로 구비되어 있는 플랫이었다. 여담으로 말하자면 내가 살았던 플랫 중에 가장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처음에 플랫을 구할 땐 돈을 많이 쓸 수 없는 워홀러여서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플랫을 들어간 것이었지만 관리가 전혀 안되는 플랫이었다. 플랫 뿐만 아니라 집 전체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지만 그래도 정착 초반에는 그럭저럭 살았다.
기본적으로 워홀러들이 와서 해야할 건 은행계좌열기, IRD 만들기, 플랫 구하기 그리고 잡 구하기가 아닐까 싶다. 친구와 나는 처음부터 어학원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은행계좌 오픈하고 IRD를 신청하고 플랫을 구한 다음 본격적으로 CV를 돌리기 시작했다. CV는 뉴질랜드 도착하기 전부터 작성을 해서 30장 정도 넉넉하게 뽑아왔다. 농장이나 공장에서 구직활동을 해보지 않은 나는 그곳에서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모르겠지만, 시티잡을 생각하고 있는 워홀러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라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가져간 돈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마음이 불안하겠지만 열심히 CV를 돌리고 자신을 어필하면 연락이 닿아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난 뉴질랜드에 왔으니 한인잡보다는 키위잡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이력서는 트레이드미를 통해 온라인지원을 하거나 들고 다니며 구인공고하는 포스터가 붙은 곳은 직접 들어가서 지원했다. 내 경우, 미국에서 인턴십을 했던 경험 때문인지 꽤 연락을 받기도 했고 몇 번의 트라이얼을 거쳐 일을 구하기 시작한 지 거의 한 달만에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했다. 트라이얼이 처음에 생각했을 때 무급으로 일을 해보는 거라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어찌보면 고용주가 아닌 내 입장에서도 내가 일을 하게 될 환경을 몇 시간정도 경험해보고 나중에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은 거 같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더라. 그리고 생각보다 뉴질랜드에서는 인맥이 많이 작용한다.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오너가 사람을 구하는 경우 같이 일하고 있는 스텝들한테 주위에 괜찮은 사람 없냐고 물어본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좋은 인맥이 있으면 한 번에 일을 구할 수도 있겠구나를 이 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