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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Sep 12. 2018

뜻밖에 주어진 홀리데이

워크 비자 신청한 지 60일이 지나 받은 결과

 8월의 WOAP(Wellington On A Plate)가 끝나고 홀리데이가 너무나도 간절했다. 그 페스티벌이 시작하기 전부터 8월은 순식간에 지나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루하루는 힘들었지만 지나니 어느새 9월이 다가와 있었다. 워크 비자의 승인을 기다리며 새로운 플랫으로 이사를 하고, 9월 말쯤에는 일주일 정도 휴가를 신청해서 뉴질랜드 남섬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2주가 남은 시점에 이민성에서 이메일이 도착했다. 당연히 승인이 되어서 비자가 나왔을 거란 내 예상을 철저하게 빗나간 메일이었다. 관련된 학력과 경력이 있어서 1년쯤은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거란 내 착각과는 다르게 그들은 나에게 decline이라는 결과를 안겨주었다. 브레이크 타임에 확인한 이메일의 결과를 오너에게 알려주고 내 의견을 물어보았다. 변호사에게 컨설팅을 받으며 재신청을 할 것인지, 아니면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뉴질랜드를 떠날 것인지. 오너는 변호사를 선임해서 다시 신청하기를 바라는 눈치였지만 나는 생각할 시간을 조금 달라고 했다.


 사실 내가 뉴질랜드에서 워크 비자를 신청할 때부터 비자를 받더라도 일 년을 다 채울 자신은 없었다.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었지만 내 입에서는 이미 요리가 하기 싫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고 어찌 보면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에 쓰고 있었다. 일주일에 이틀을 쉴 수 있다는 보장은 있었지만, 최근에 오너는 월요일 오픈을 생각하고 있었고 기본으로 하루 열 시간 이상은 일하는데 내 체력이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었다. 잘 때마다 손이 저린 건 기본이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오래 서 있어서 다리는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워크 비자 결과를 받기 전까지 내 마음에는 계속 반반이었다. 뉴질랜드의 겨울은 지독하게도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반짝이는 여름을 한 번 더 만끽하고 싶다는 마음, 다른 한편으로는 요리가 하기 싫고 의사소통을 편하게 하고 싶어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복잡한 마음을 다 잡고 워크 비자를 받는 쪽으로 생각하며 여러 가지를 행동으로 옮겼지만, 돌아온 결과 덕분에 한편에 자리 잡았던 마음이 점점 더 커져서 그만하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서 워크 비자를 승인받을 거라는 보장도 없었고 나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쳐있었다. 그래서 오너에게 말했다. 다시 한번 더 진행하고 싶지 않다고. 현재 비자가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섬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주까지만 일하고 비자 만료 전까지는 남섬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워킹홀리데이 비자인데 일만 하다가 돌아갈 순 없으니까.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 날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고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일에 집중이 안되기는 또 처음이었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거의 일 년 간 일을 했던 곳을 갑작스럽게 그만두고 떠나려 하니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난주 토요일이 마지막 출근이었는데 포옹하는 게 너무나도 어색한 나임에도 같이 일했던 친구와 한 명씩 포옹을 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오너에게서는 뉴질랜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선물로 받았다. 돌아가서 엄마와 함께 마시라며. 그리고 월요일 저녁에는 같이 일했던 동료 겸 친구들과 웰링턴에서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난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일을 하러 가야 할 거 같다고 얘기했다. 화요일에는 출근을 해야 할 거 같았지만 짐을 챙겨 남섬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공항으로 향했다. 비자 만료 전까지 일주일이란 시간이 주어져서 많은 곳을 둘러보진 못하겠지만 몇 도시를 정하고 여행하기로 했다.


 어떠한 거대한 계획보다 도피를 위해서 선택했던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은 걸 했던 나의 일 년이었을까.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했으니 나빴던 순간보다 좋았던 순간을 더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


 good bye, apa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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