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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외계인 Apr 19. 2024

아이팟 나노 3세대, 깜찍하게 클래식

feat.독일 중고 거래 / 디자이너의 본격 덕질


클래식 애플 제품들



다시 맥북을 쓰게 되면서 자연스레 예전 애플 제품들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이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몇 가지 클래식한 애플사의 구형 제품들이 있었는데- 11인치 맥북 에어가 그랬고, 일명 조개북이라 불리는 iBook G3 클램쉘도 그렇고- 여러 가지 클래식한 예전 제품들이 늘 위시리스트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 맥북에어 11인치는 좋은 기회에 잘 데려왔고 (무려 독일 키보드....), 두 번째 만남은 늘 가지고 싶었던 아이팟이다.


아이팟은 여러 가지 시리즈가 있는데, 아이팟 클래식부터 파격적인 심플 디자인으로 사랑받았던 셔플도 있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앙증맞은 사이즈를 자랑하는 나노 시리즈도 있었다. 그중 아이팟 하면 가장 대표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앙증맞은 사이즈를 자랑하는 아이팟 나노 3세대가 바로 두 번째 위시리스트를 달성하게 해준 친구이다.







클래식한 디자인, 그러나 앙증맞은 사이즈


이전부터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나는 뭐든 작은 것을 선호한다. 노트북도 미니미니, 카메라도 미니미니, 무엇이든 미니미니.


하지만 아이팟만의 클래식한 디자인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양한 디자인이 있지만, 그중 아이팟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디자인의 제품, 그러면서도 작고 앙증맞은 사이즈의 아이팟 나노 3세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이팟 나노라는 이름이 어울릴 만큼 정말 작고 앙증맞은 사이즈의 제품이다. 2007년부터 2008년 사이에 생산된 아이팟 나노 3세대는 4기가와 8기가 두 가지 용량의 제품이 있고, 그중 내가 데려온 친구는 실버 (지난번 데려온 맥북에어 11인치도 실버- 그리고 클래식한 제품을 고집하다 보니 앞으로도 웬만하면 실버로 맞추어 데려오지 않을까 싶다.) 4기가 용량을 가진 아이팟 나노 3세대 제품이다. 


35mm 필름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손에 꼭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에 압도적으로 얇은 사이즈를 자랑하는- 데려오면서도 주머니에 넣고 잃어버릴까 봐 조심조심 왔다.





이제 더 이상 생산되는 제품이 아니다 보니 세컨핸드 제품을 구매하였고, 그렇다 보니 뒷면이나 앞면에 약간의 세월의 흔적이 있다. 뒷면은 거울처럼 비치는 반짝 실버- 덕분에 쉽게 스크래치가 날 수 있다. 아주 민트급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중고 제품 중 가격 대비 굉장히 괜찮은 컨디션에 데려온 아이이다.






우여곡절 많았던 구입기


요 녀석을 사기 위해 며칠 동안 중고 거래 사이트를 살피다가, 괜찮은 컨디션의 매물을 발견하고 거의 바로 구매의사 메시지를 보냈다. 괜찮은 가격에, 판매자가 아주 가까운 곳에 살았고, 무엇보다 내가 찾던 실버에 제품 상태가 아주 양호했다. 대부분 앞면은 괜찮지만 뒷면에 꽤나 스크래치가 많은 제품들이 대다수라 그나마 뒷면 상태가 양호한 제품을 찾는데 꽤나 공을 들였다. 


판매자 이름과 판매하는 다른 물품을 보아하니 내 또래 정도 혹은 나보다 어린 독일 젊은 남자분으로 예상 (중고 거래가 활발한 독일에서는, 특히 전자기기 거래에 있어서는 판매자의 거래내역이나 다른 판매 품목 등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요일쯤 물건이 사이트에 올라와서 그날 바로 연락! 금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금요일 아침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


"진짜 미안한데, 내가 코로나에 걸렸어. 증상이 미미하긴 한데, 너만 괜찮으면 마스크 쓰고 만나도 돼."


이런.....


독일은 대부분 규제가 완화되어, 이젠 사실 코로나에 걸렸어도 회사에 출근해도 상관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실 미리 나에게 코로나에 걸린 사실을 알려주고 마스크까지 쓰고 나온다고 한건 어찌 보면 상당한 배려. 


당장 나노를 업어오고 싶은 생각은 간절했으나 ㅜㅜ 아무리 마스크를 쓰고 만난다 하더라도 만나는 내 입장에서도 찜찜하고, 증상이 미미하다고는 하나 아픈 애한테 나오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고- 그래서 어차피 나는 니 물건을 꼭 구입할 것이고, 급하지 않으니 일단 너 몸조리 잘하고 상태가 나아지면 다음 주에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하였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다음 주에 다시 연락하겠다며 대화 종료.


그렇게 나노와 함께 할 줄 알았었던 다소 허전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판매자에게 다시 메시지가 왔다. 



"나 이제 괜찮아. 오늘 시간 괜찮으면 거래할래?"



요 판매자님 꽤나 빨리 판매가 하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바쁜 월요일을 보내고 있었고, 결국 시간을 조율하여 화요일 저녁에 일 마치고 만나기로 하였다.


한국에서 중고 거래를 몇 번 안 해보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근처 카페나 공공장소에서 만나는 것에 비해 지금까지 독일에서 한 3번의 거래는 모두 판매자의 집 혹은 집 건물 앞에서 이루어졌다. 첫 번째 구매한 자전거의 경우 제품 특성상 집으로 오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는데, 지난번 맥북에어도 그랬고, 이번 역시 본인 집 주소를 쿨하게 알려주며 집으로 오라고 (ㅋㅋㅋㅋ)


업무를 마치고 알려준 주소대로 출발! 다행히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고, 종종 산책을 가는 곳이라 잘 아는 동네였다. 건물 앞에 도착하여 판매자에게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보통은 본인 건물까지 들어가는 것은 꺼리기 때문에 대부분 건물 앞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친구 쿨하게 본인 도어 벨을 누르란다. 벨을 누르자 문이 열리고, 올라오라고 독일어로 블라블라-


왜 굳이 집까지 올라오라고 하나 싶었더니만 이유가 있었다. 이놈의 판매자님.... 알트 바우 (천장이 높은 옛날식 건물) 제일 꼭대기 층에 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당연히 엘리베이터 따위 없다. 독일식 5층, 한국식으로는 6층인데, 문제는 알트 바우는 천장이 높아 한 층의 높이가 일반 아파트보다 높기 때문에 계단이... 가파르고 많다. 그때부터 나의 등산이 시작....


숨을 헐떡이며 도착하자, 독일 젊은이가 날 반겨주었고- 올라오느라 고생했다며 (ㅋㅋㅋ)


다행히 판매자님은 매우 친절하고 착한 아이였고, 제품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제대로 다 작동되는지 확인시켜주고, 어떻게 사용하는지까지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사실 아이팟 나노 3세대를 실물로 처음 보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고 더 앙증맞았다. (정말 귀여운!) 


쿨 거래를 마치고 나는 등산했던 계단을 나노와 함께 신나는 마음으로 내려갔다. (하하)


판매자가 미리 포맷을 해둔 덕에 음악파일이 들어있지는 않아서 바로 음악을 듣진 못했지만- 그래도 앙증맞은 아이 주머니에 넣고 잃어버릴라 손에 꼭 쥐며 신나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아이팟에 음악/영상 넣기


집에 오자마자 아이팟 음악/영상 넣기에 들어갔다.


사실 음악 넣기는 어렵지 않다. 아주 옛날 옛적에 아이폰과 셔플을 사용해 본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우선 아이튠즈부터 깔았다. 아이튠즈는 아이팟에 음악을 넣기 위해 동기화를 하거나 그냥 컴퓨터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는 애플 자체 프로그램이다. 


아이튠즈를 다운로드해 설치하고, 아이팟을 컴퓨터와 연결해 주고 동기화 후, 기기에 음악 파일을 드래그해서 옮겨 넣기 면하면 끝! 그럼 아이팟 액정에 싱크 중이라는 문구가 뜨면서 음악파일이 옮겨지게 된다.


사실 아이팟을 구매한다고 했을 때 한 친구가, 요즘 다 스트리밍으로 듣는데 넣을 음악 파일은 있는 냐고 물었다. 요즘은 나 역시 스트리밍 사이트로 음악을 듣지만,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근 20년째 변화가 없고,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mp3 파일들을 지금까지도 외장 하드에 잘 보관되어 있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곡들만 넣어 완성된 아이팟의 플레이리스트.




파일을 옮기고 이어폰을 꽂아 테스트 재생을 해보았는데, 잘 재생된다! 몇 개의 무선 이어폰을 가지고 있지만, 밖에 나갈 때 나는 아직도 유선 이어폰을 쓴다. 무선 이어폰 배터리 지속 시간이 길지가 않아 하루 종일 밖에 나가있으면 음악을 잘 듣다가 중간에 배터리가 나가버리는 일이 종종 생기면서부터는 어차피 무선이랑 유선 다 들도 다닐 바에 그냥 유선을 들고 다니자 싶어, 적당한 가격의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고 고장 나면 그때그때 새걸로 바꿔준다. 어차피 자주 사용하면 유선 이어폰의 수명은 짧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튼, 음악 파일 넣고 재생은 성공! 


사실 나노는 액정이 매우 앙증맞기 때문에 이걸로 굳이 영상을 시청할 생각은 없고- 그래도 영상 파일 테스트 삼아 한두 개쯤 넣어보고 싶은데, 뭘 넣어볼까 하다가 외장 하드에서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영상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희귀템, 부모님 결혼 영상이다. (ㅎㅎㅎ)





Wedding day라는 자막은 부모님 결혼 영상을 3분짜리로 편집하며 내가 넣은 자막이다. 그 시절 아날로그 감성 영상미와 아이팟 나노의 클래식한 디자인이 찰떡이다!


부모님 결혼식 영상은 mp4 파일이었는데, 아이팟 나노는 예전 기기답게 mp4 파일 포맷을 지원하지 않는다 (ㅜㅜ). 그래서 영상을 아이팟에 맞게 인코딩해서 넣어 주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간단했다.



여러 가지 검색을 하던 중 여러 블로그에서 추천한 Hand brake를 다운로드해 인코딩을 했다. Hand brake를 다운로드하니 디바이스에서 'ipod'을 설정하면 된다길래 찾아봤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방법을 찾다가 참깨님의 블로그를 찾아 블로그에 적힌대로 설정을 바꿔 인코딩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1. 인코딩할 파일을 찾고, 다운로드할 장소 및 영상 이름 설정

2. 프리셋에서 Apple 540p30 Surround를 찾아 설정

3. 해상도 탭을 클릭해 설정 바꾸기 

- Optimal size > 체크해제

- 해상도 제한 > 사용자 설정

- 최대 크기 > 682 x 384

- 아나모픽 > 커스텀

- 가로세로 픽셀 > 4 : 3

- 스케일링된 크기 > 512 x 384 (직접 해보니 영상 사이즈에 따라 한쪽을 적으면 자동으로 숫자가 바뀌는듯하다) 

4. 비디오 탭 클릭, 비디오 인코더 > MPEG-4로 설정


출처: 참깨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diddid9653/222980847747



참깨님 블로그 설명대로 하나하나 따라 하니 쉽게 인코딩이 가능했고, 영상을 아이팟에 넣는 방법은 음악 파일과 동일하다.


생각보다 배터리 컨디션이 좋아서 실생활에서도 충분히 현역으로 사용 가능한 나노. 스마트폰에 스트리밍으로 무선 이어폰을 통해 음악 듣는 세상에 이런 구닥다리 mp3 플레이어에 유선 이어폰을 꽂아가며 누가 음악을 듣나 싶겠지만, 사실 난 아직도 휴대폰에 mp3 파일을 직접 넣어 유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히 장거리 여행할 때는 휴대폰 알림에 방해받지 않고 그저 온전히 음악만을 듣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종종 서랍 한구석에 조용히 잠자고 있던 고물 mp3 플레이어를 꺼내 사용하기도 했었다. 


아마 나노를 매일매일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순간- 온전히 음악에만 귀 기울이는 퀄리티 타임을 갖고 싶을 때 나노는 아마도 제법 좋은 친구가 돼줄 수 있을 것 같다.







찍고 나니 뿌듯한 투 샷!

다음엔 어떤 클래식한 애플 제품을 또 데려오게 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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