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른이 되기 싫었을까?

어른이 되기 싫었던, 어른 흉내만 내던 어린 엄마 이야기

by 서봄

나는 7년 연애 끝에 8년 차에 결혼을 했다.

한결같음...

지금처럼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 사람


사랑도 취향도 확고해서 무언가를 결정하면

오래 지속하는 사람


누구보다 서툴러도 멈추지 않고 내 길을 가는 사람


그게 나다.


나는 빨리 어른이 되기 싫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오랜 자취 생활

엄마의 곁을 떠나 동생과 함께 어른이 아닌 어른 노릇을 해야 했던

그 시절의 추억도 많았고 즐거웠지만

어른이고 싶지 않았다


나의 어린 동생은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갔고

고등학생이던 나에게는 동생의 보호자가 되어버린 상황이

아닌 척을 해도 힘이 들었다

부모님이 해주시던 빨래며 도시락 싸기까지

동생과 내 것까지 모두 해야 했고

그러면서도 나의 고등학생 생활을 잘 해내야 했기에

나는 참 버거웠던 일이 많았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처럼 나 몰라라 하고 싶은 날들도

꽤 있었지만

나는 눈을 감는 게 안 되었다


부모님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아는 맏딸이기에

급식 신청대신 그 돈으로 동생과 나의 도시락을 싸고

나머지 남은 돈으로 독서실을 등록했다

그뿐인가 대학 다닐 때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했고

사실 그로 인해 내가 하는 지금 일의 시작이 되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어른이 되기 싫었던 나는 7년의 연애를 마치고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다

모든 게 서툴렀기에 결혼을 하고 그저 좋아서

가족계획은커녕

그가 뭘 좋아하는지,

우리에 대한 이해와 앞으로의 날들에 대해 고민할 틈이 없이 아이가 찾아왔다


나의 사랑, 내 아이는 그렇게 나에게 왔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던 우리에게 그렇게 덜컥 찾아온 것이다

아이를 품었을 때도, 낳았을 때도 나는 어른이 덜 되었다.

그래서 그토록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자취를 오래 하고 부모님 곁을 너무 일찍 떠난 탓에

어른 흉내를 낼 뿐

천천히 무르익어가며 어른이 되어야 했는데 그러저 못 했던 어린 엄마

나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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