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29. (금)
미안함과 불안함이 교차로 스쳐가는 하루다.
셋째가 36주 중반을 지나가는 오늘, 아내가 새벽부터 식은땀을 흘렸다.
가진통 간격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생기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언제 태어날지도 부모인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제왕절개를 하면 날짜를 지정할 수 있다던데, 아내는 앞서 두 번을 자연분만 했는데 이제 와 제왕절개는 억울하단다).
다급하게 산부인과에 가니 태동검사부터 했다. 이후 내진을 포함한 여러 검진과 진료 결과 다행히 아이나 아내 모두 별 이상이 없다고 한다. 다만, 아이가 많이 내려온 것은 사실이니 셋째인 점을 고려해 조금이라도 통증이 있거나 이상하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하셨다.
출산이 임박한 요즘은 미안함과 불안함이 수시로 교차하는 중이다.
세 번째인데 이 긴장감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남편 입장에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그저 지켜만 봐야 하는 게 임신과 출산인 것 같다.
일단 나오기만 하면 육아는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지만, '여자의 몸'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임신과 출산은 그렇지가 않다.
그 미안함에서였을까. 첫째 때 아내가 임신성 당뇨를 진단받고 혈당을 잴 때마다 나도 매번 같이 손가락을 찔렀다. 식단도 같이, 운동도 같이. 그것밖에 같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후 둘째 임신 때는 코로나, 셋째 임신 때는 폐렴에 걸리며 아내 몸은 조금씩 약해졌다.
세 번의 임신이 순탄한 적이 없었기에, 매번 출산이 임박해 오면 오늘처럼 긴장감에 온몸이 경직되는 느낌이다.
가진통이 이른 걸 보면, 우리 셋째는 빠른 합류를 원하는 눈치다. 하긴. 뱃속에서도 들리는 시끌벅적 누나와 형의 수다와 웃음소리를 내내 들었으니 궁금할 것이다. 막상 나오면 후회할수ㄷ..
언제 나오든, 아내가 무사히 건강하게 이번 생 마지막(?) 출산을 잘 마무리하길 기도한다.
그리고 막내야. 우리가 너 기다리고 있어. 신발장도 새로 샀어. 아주 재밌고 억울하고 신나고 서럽고 그럴 거야. 누나랑 형이 보통내기가 아니거든^^
곧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