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4. (화)
예방접종의 시즌. RSV 백신?
셋째 태어난 지 20일 남짓. 예방접종으로 바쁜 시기다.
마침 얼마 전 'RSV 예방접종' 영상을 우연히 봤다. 첫째(21년)와 둘째(23년) 때만 해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알아보니, 우리나라에는 올해 최초로 출시되었나 보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가 감염되면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일단 접종만 하면 RSV 감염을 높은 효과로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접종 비용이 비싸고 천차만별이라는 점. 셋째가 태어난 병원에 알아보니 70만원이라고 한다. 주사 한 방에 70만 원이라니... 효과가 좋은 것이 확실하다니 맞추고는 싶지만 선뜻 결제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그래서일까. 여러 매체나 카페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비용 상관없는 부모'라면 무조건 맞추라는 것. 비용 상관없는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 더욱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1회 접종 비용이 상관없는 부모라니.
마침 오늘 지인의 6개월 아기가 RSV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린이집에 다니는 첫째를 통해 감염되었다고 한다. 첫째는 유치원, 둘째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상황에서 셋째를 지키기 위해 결국 맞추기로 했지만, 만약 아이가 하나이고 돌 전까지 가정보육을 하는 상황이라면 조금 더 고민했을 것 같다.
덕분에 이번 달 카드실적은 또다시 충만할 예정이다.
비용 상관없는 부모라니
아이 셋을 키우며 '육아 비용'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기본적으로 무얼 사든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꼭 필요한 것에 집중해서 구매를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갓 부모가 되어 설레면서도 두려운 마음에 판단력이 흐려지는 아이가 태어난 전후인 것 같다. 게다가 직장 다니며 아이도 키우고, 경험도 없는 와중에 정확한 정보를 가려내기가 과연 쉬울까.
나 또한 첫째 때는 정말 '비용 상관하지 않고' 좋은 것을 사려 노력했다. 태아보험, 카시트, 유모차 등등. 그런데 셋째를 마주한 지금 돌아보면 필요 없는 것도 많았다.
예를 들어 태아보험의 경우, 고가의 사은품을 주거나 요구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어 오히려 애매한 할인, 사은품보다 신속히 잘 대응해 주시는 설계사님을 찾게 되었고, 내용도 꼼꼼히 따져서 목적(중대 질병 대응)과 관계없는 보장내역은 모두 삭제했다. 유모차도 비싸고 무거운 디럭스보다는 쉽게 들고 접을 수 있는 가성비 모델 하나 남기고 다 처분했고, 카시트도 '아이와 차'라는 커뮤니티에 가입 후 열심히 공부해 객관적인 안정성이 높으면서도 우리 차와 가족 구성에 맞는 모델을 가성비 있게 구매했다.
신생아 부모도 비용 신경 씁니다.
신생아 물론 귀하다. 그러니 나도 출산율 0의 시대에 셋째까지 낳아 키우고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귀하다고 비용 신경 안 쓸 수 없다. 건물주 부모라면 모를까. 나처럼 평범한 직장인 부모라면 비용 신경 쓰인다.
비용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 '돈을 안 쓰겠다'는 것이 아니다. 돈을 쓰되, 나름의 가치관과 우선순위를 가진다는 의미다. 돈을 왜 쓰는지 (목적), 그리고 쓰기로 결정했다면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여러 가치들 중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비용을 쓴다는 것이다.
예시: 카시트 지출 비용
예를 들어, 카시트의 경우 도로교통법 상 만 6세 미만은 장착이 의무이니 무조건 지출해야 하는 항목이다 (목적: 법규 준수). 카시트에 있어서 내게는 '사고 시 안전'이 가장 큰 가치다 (가치 및 우선순위).
첫째 때는 '비싸면 당연히 안전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그렇지 않았다. 차종에 따라 다르고, 가족 구성원의 숫자와 나이에 따라 조금씩 '안전'의 기준이 달랐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첫째 때 들어본 적이 없다. 베이비페어에 가면 다들 자기 회사가 안전하다고 하는데 기준이 다 다른 것 같았다.
그래서 셋째가 탈 카시트는 위에서 소개한 카페에서 공부도 많이 하고, 차량 설명서도 꼼꼼히 읽은 결과 미국 직구품을 장만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카시트 3개를 동시에 설치해야 해서 신경 쓸 부분이 더 많았다.
개인적으로, 카시트 장착을 의무화했다면 국가 차원에서 인증, 시장질서, 과대광고 등에 대한 세밀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시트 장착만 의무고 '어떤 카시트'를 장착해야 하는지까지 특정되어 있지 않다 보니, 무분별한 '부모 마케팅'이 심한 시장으로 느껴진다. 나도 카시트를 여러 대 구매해 써봤지만, 베이비페어에 가면 아직도 어질어질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 안전에 대한 부분이니 카시트 안전에 대한 국가 차원의 기준을 세워 광고 시 반드시 공개토록 하고, 자동차 제조업계에서도 카시트 설치를 고려한 설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진국 사례를 다수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결론: 신생아 부모도 비용 신경 쓴다.
다시 RSV 백신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효과가 좋다면 전문가들의 자문, 선진국 사례 참고 등을 통해 일정 기준을 수립해서 보험이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는 셋째 아이가 막내일 예정이라 향후 그 혜택을 못 받겠지만, 앞으로 아이를 키울 많은 부모들이 RSV 전단지 앞에 앉아 '나는 비용 상관없는 부모인가?'라며 고민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신생아 부모도 비용 신경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