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문화는 단순한 교육 활동의 영역을 넘어,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지식, 신념, 예술, 규범, 도덕, 관습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총체적 현상으로 정의된다. 이정선(2007)은 이러한 학교문화를 타일러의 고전적인 문화 정의(사회 일원으로서 인간이 습득한 지식과 규범의 복합체)에 학교적 맥락을 추가하거나, 굿이너프와 기어츠가 제시한 공유된 인지 체계나 공유된 상징과 의미 체계의 관점을 차용하여 설명한다. 결국 학교문화는 교육 공동체 전반의 행동 양식과 사고방식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토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수성을 지닌 학교문화는 교직의 본질과 맞물려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나타낸다. 첫째는 전문적 기술문화의 부재다. 학교 현장에서는 분명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공유하여 교사 간의 협력적 지식 기반을 구축하는 문화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둘째, 교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하게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셋째, 미래의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현재주의적 태도가 만연해 있다. 넷째,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는 데 소극적이며, 전통적인 가치와 방식을 고수하려는 보수주의적 경향이 강력하게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이중성이다. 학교와 교직에 대해서는 특수한 역량이나 성과를 기대하면서도, 이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나 평가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모순적인 구조가 존재한다.
결국 이러한 학교문화의 고유한 특성들은 교직 자체의 발전과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교육학자 로티(Lortie)의 분석에 따르면, 교직의 발전이 정체되는 현상은 학교가 지닌 현세 지향적 속성, 보수주의적 경향, 전문적 기술문화의 부재, 그리고 엄격한 도제적 훈련의 미비와 같은 문화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즉, 학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의 장을 넘어, 그 안에 뿌리내린 문화적 관행과 특성들로 인해 스스로 변화에 소극적인 복잡한 사회적 현장인 것이다. 따라서 학교와 교직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화적 특징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의 수업 문화적 측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특징은 바로 ‘불간섭의 문화’이다. 이는 교사들이 서로의 수업 활동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않는 암묵적인 규범을 의미한다. 교사 각자가 자신의 수업에 대한 주체성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긍정적 의도에서 비롯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문화는 교사 간의 실질적인 협력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교사들은 친밀한 관계에서도 교수법에 대한 동료의 조언을 구하기를 망설인다. 이는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가 곧 자신의 무능함이나 ‘실패’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학교 규범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모든 문제와 딜레마를 개인이 홀로 해결해야 하는 과중한 부담을 짊어지게 한다.
이러한 문화적 고립은 학교의 생태학적 환경에 의해 더욱 심화된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이른바 ‘계란판 모양의 세포적 학교 구조’는 교사를 동료 집단으로부터 물리적, 지적으로 고립시켜 지식 교류와 협력적 논의의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러한 폐쇄적인 구조는 교사에게 독립적인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모든 교육적 문제와 딜레마를 혼자서 감당하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결국 학급 경영이나 수업 개선을 위한 창의적이고 협력적인 접근 방식을 제한하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한다(이정선, 2002). 따라서 교직의 발전과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수업의 질을 향상하는 협력 문화의 구축과 함께, 교류를 촉진하는 학교 환경의 구조적 개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교육학자 로티(Lortie)는 이러한 학교문화의 보수성이 교직 사회화 과정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교사들은 자신의 학창 시절 지도교사로부터 교사 역할, 전문성, 교육 방식을 학습하고 모방하며, 이 경험이 교육적 태도와 행동에 내재화된다. 즉, 학생 시절에 습득한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현재의 교실 현장에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는 과거 경험의 답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나아가 교사들은 외부 사례를 참고하기보다 교실 내 시행착오를 통해 독자적인 원리를 구축하는 경향이 강해, 전문성 발달이 내부 경험에만 의존하게 만든다. 이러한 교직 사회화 및 지식 형성 과정은 학교문화가 미래지향적 혁신보다는 과거의 관행을 유지하는 데 머무르는 근본적인 이유를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학교문화는 구조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변화에 저항하는 특성을 지니며, 이는 교직의 발전을 정체시키는 핵심 장애 요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계란판 구조’와 같은 폐쇄적 구조를 개방적으로 전환하고, 전문적 기술 공유 및 협력 문화를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동시에 교직 사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험적 답습을 극복하기 위한 체계적인 재교육 프로그램과 외부의 혁신적인 교육 사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