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변화의 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마이클 풀란(Michael Fullan, 2017)의 저서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에서 필자는 학교 변화에 성공하는 핵심 키워드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교육개혁의 실패 원인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1. 변화의 의미 이해하기
학교 변화에 성공하려면 먼저 변화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첫째, 교육 변화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구성하는 주요 개별 요소들을 확인하고 그 특성을 구체적으로 서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업 변화와 관련된 요소로는 학습자료, 교수법, 그리고 신념(지도 원리, 교육 이론 등)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수업 변화가 가능하다. 단순히 새로운 교과서나 자료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큰 변화를 이룰 수 없다. 진정한 변화는 자료의 변경을 넘어 신념과 수업 방식의 변화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학교에 적용하는 현재 시점에서도 유념해야 할 중요한 내용이다.
둘째, 변화의 의미를 개별적으로 파악하는 것뿐 아니라, 함께 협력하는 구성원들 간에 그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혁신학교 운동에서 확인되듯, 성공적인 변화에는 ‘합의’가 필수적이다. 마이클 풀란은 이를 ‘의미의 공유(shared meaning)’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어떠한 혁신도 의미가 공유되지 않으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 교사들 간 의미 공유가 잘 이루어지면 학교는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의미를 집단적으로 공유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핵심 주체가 참여하는 지속적 학습, 평가, 수정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깊이 있는 학습을 도입하자’라는 의견이 나왔을 때는 “왜 이것을 도입해야 하는가?”, “목적은 무엇인가?”, “깊이 있는 학습을 우리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가?”와 같은 질문을 충분히 논의한 뒤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순히 구조만 바꾸는 것으로는 결코 변화가 지속되지 않는다. 형식적 실행에 그쳐 새로운 방안을 피상적으로 흉내 내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변화에 대한 동기와 실행을 중시해야 한다. 변화에 성공하려면 사람들이 어떤 조건에서 변화의 동기를 얻는지 파악해야 한다. 올바른 변화의 원동력은 다음에서 비롯된다. 역량 구축: 엄격한 책무성 관리보다는 협업 실천, 코칭, 기술 활용 등을 통한 집단 역량 강화팀워크 및 협업: 개인 헌신에 의존하기보다 집단적 자신감을 개발교수·학습 방법: 기술 의존보다는 수업 지도 방법에 우선순위를 둠 연계·통합 정책: 분절적 접근이 아닌 시스템적 접근 근본적으로 올바른 동인은 깊이 있고 공유된 의미에서 형성된다. 실행이 중요한 이유는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풀란은 40년에 걸친 성공적인 변화 연구를 통해 변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소수의 핵심 변수이며, 변화의 과정은 복잡하고 미묘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동반한다고 한다.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단순함과 복잡함, 느슨함과 엄격함, 강력한 리더십과 사용자 참여, 상향식과 하향식 접근, 원칙 준수와 융통성, 평가의 존재와 부재 등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결합하고 조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혁신적인 교사는 주어진 주제를 단순히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찰, 목적의식, 자각을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직관을 발휘하며, 전체적인 목적을 고려하여 실행한다.
2. 학교문화 바꾸기
학교 문화를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필자는 학교문화 변화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는 여러 연구자들의 견해를 제시한다.
첫째, 풀란(2017)에 따르면 교육개혁의 본질은 학교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성원 간 신뢰를 구축하고, 관계를 형성한 후, 협업 문화와 집단적 책임감(collective responsibility), 집단 유능감(collective efficacy)을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학교문화 변화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긍정적 학교문화는 관계 향상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관계 향상은 신뢰 구축에 달려 있다. 신뢰 구축은 비전의 공유에서 시작된다. 비전 공유를 통해 공동체 정신이 함양된다. 공동체는 습관으로 정착될 때 유지된다.
둘째, 이정선(2007)은 학교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학교장의 상징적 리더십과 교사의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학교장과 교사를 문화의 네 가지 구성 요소(상징, 영웅, 의식, 가치) 가운데 ‘영웅’으로 보며, 영웅은 나머지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셋째, Hofstede(1995)의 문화 차원 이론은 다양한 사회문화를 분석·비교하는 데 활용되며, 학교 변화에도 적용 가능하다. 그는 학교 변화를 구조적 변화, 규범적 변화, 인간적 변화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먼저 구조적 변화는 조직 구조·시스템, 물리적 환경, 교육과정의 변화를 포함한다. 예를 들면 기술 도입, 교실 배치 변경, 행정 절차 디지털화이다. 규범적 변화는 신념, 가치관, 규칙, 행동 양식 변화이다. 예를 들면 협력과 상호 존중 문화를 강화하는 규칙 도입과 같은 것이다.그리고 인간적 변화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구성원의 태도·행동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수법 개선 의지, 학습 동기 강화, 학부모 참여 확대와 같은 것이다.
여기서 구조적 변화와 규범적 변화는 인간적 변화를 촉진하고, 그 반대로 인간적 변화가 다른 변화를 강화하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간적 변화는 즉각적 실현이 어려우며, 이를 위해 구조적·규범적 변화의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히 형태만 바꾸어서는 지속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진정한 미래 교육은 수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가치·관습의 전환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