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임파워링(Empowering) 교육

학생 주도의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패러다임

by 김갑용

현대 교육 현장에서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키우는 임파워링(Empowering)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순응’과 ‘참여’를 넘어 학생이 자신의 학습과 삶에 대한 주도권을 갖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육학자 존 스펜서(John Spence)가 강조한 이 개념은 오늘날 급변하는 사회에서 미래 세대가 직면할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 역량으로 여겨진다.


1. 순응에서 임파워먼트로: 교육적 패러다임의 전환

과거 교육은 교사가 설계한 체계 속에서 학생이 수동적으로 지식을 수용하는 ‘순응’ 구조에 머물렀다. 교사의 지시를 따르고 정해진 답을 찾는 과정은 효율적이었지만, 학생의 창의성과 자기 결정권은 소외되기 일쑤였다. 이후 학습자의 적극적 개입을 유도하는 ‘참여’ 방식이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여전히 교실 안의 틀 안에서 제한된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임파워링 교육은 학생이 자신의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문제를 탐구하며, 결과까지 책임지는 ‘임파워먼트’를 추구한다. 예를 들어, 교사는 단순히 강의하는 대신 학생이 주제를 선택해 프로젝트를 기획하도록 안내하고, 동료와 협업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자신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음을 깨닫고, 자기 주도성의 가치를 체득하게 된다.


2. 임파워링이 구현하는 네 가지 교육적 가치

임파워링 교육은 학생의 내적 성장과 사회적 역량 강화를 동시에 이끌어낸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1)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의 강화

학생은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도전적 과제에 뛰어든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모둠별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진행할 때, 학생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현실적 해결책으로 인정받는 경험을 하며 자신감을 키운다. 이는 성적이나 평가보다 과정에서의 성취감에 초점을 맞추어, 학습 동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2) 자율성과 선택권의 확대

임파워링 환경에서는 학생이 학습 내용과 방식을 스스로 결정한다. 교사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되, 학생이 관심 분야를 탐구하고 프로젝트 주제를 선정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교과서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자극해 살아있는 지식으로 연결되도록 돕다.

(3) 협력적 문제 해결 능력 함양

학생은 동료와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다. 예를 들어, 과학 수업에서 환경오염 해결 방안을 모색할 때, 각자의 강점을 살려 자료 조사, 실험 설계, 발표를 분담하면 팀워크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이는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사회정서적 학습(SEL) 역량과도 직결된다.

(4) 자기 책임성과 성찰적 사고의 심화

학생은 자신의 선택과 결과에 대해 반성하고 개선점을 찾는다. 교사는 피드백을 주되, 학생이 스스로 평가 기준을 세우고 성장 계획을 세우도록 돕는다. 이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삶의 태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3. 임파워링 교육의 현실적 적용과 과제

물론 임파워링 교육이 모든 교실에 즉시 적용되기는 어렵다. 교사에게는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체계적인 지도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고, 평가 시스템이 결과 중심으로 설계된 경우 과정 중심의 학습 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핀란드의 ‘현상 기반 학습’이나 미국의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사례처럼, 국가별 혁신적 교육 모델은 임파워링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결국 임파워링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대화적 관계를 요구한다.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길을 찾도록 조력하는 ‘가이드’이자, 때로는 도전적 질문을 던지는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단순한 지식 소비자를 넘어, 자신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적 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임파워링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기술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시대, 진정한 교육은 학생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세상을 해석하는 힘을 기르는 데서 시작된다. 이제 우리는 교실의 벽을 넘어, 학생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할 때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학교문화와 변화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