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개편했지만, 마주했던 불편한 진실들 그리고 무기력한 순간
올해 초 나는 하나의 서비스를 개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구조까지 건드리는 대작업이였다. 외부 SaaS에 의지하던 데이터들도 마이그레이션하며 내부로 가져왔고, 볼륨만 보면 꽤 큰 프로젝트였다.
해당 서비스의 매출이 저조하기도 했지만, 오래된 UI를 바꾸는 목적도 있었다. 팀원들끼리 먼저 회의를 통해 문제와 방향성을 정리했고, 할 일을 간단히 뽑아냈다. 솔직히 '이렇게 한다고 크게 달라질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해야 하니 했다.
야근을 하고, 피드백에 깨지기도 하면서 결국 오픈까지는 해냈다.
그리고 놀랍게도 개편 뒤 탭 진입률이 2배 이상 올랐다. 겉으로는 반응이 꽤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 후 다른 업무들에 파묻히면서 이 프로젝트는 금방 잊혔다. (이게 문제였던 것 같다. 한 번 만들면 끝이라는 문화도 한몫했다 생각한다.)
그리고 개편된 프로젝트가 잘 작동하는지, 데이터를 까보았다.
개편 3개월 전 매출과 3개월 이후 데이터를 비교해 보았다. 재구매율, 재방문율, 매출 등 모든 게 상승하는 지표가 나왔다. 같이 프로젝트 진행했던 개발자와도 응? 이게 맞나?... 두 눈을 의심했다.
누가 봐도 이건 성공한 프로젝트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었다. 우리 서비스는 비수기과 성수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차 싶어서 개편 전 3개월 데이터는 비수기 데이터였기 때문에 작년 성수기 기준 똑같은 날짜로 비교를 해보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모든 데이터가 작년 기준으로 반토막이 났었던 것이다. 사실 그때와 지금과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나로서는 약간 충격적이었다.
왜 그랬을까 스스로 회고하기 시작했다.
우선 디자인 껍데기만 바꾼다고 해서 유저는 당장 반응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유저들의 행동을 바꾸기에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운영의 역할도 중요하단 것을 몸소 깨달았다.
당시에 그 탭을 운영하는 팀이 있었고, 1년 뒤엔 그 팀이 통째로 바뀌어 있었다. 그 팀은 1년을 넘기는 사람이 드물었고, 매출도 사람 따라 오르락내리락했다. 리더는 유저를 고려하지 않은 기획 방향을 억지로 밀어붙였고, 그 결과 그 팀에서 1년이상 못 버틴채로 다들 떠나버렸다.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건 명확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걸 해석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화면을 고칠 수 있어도, 의사결정 구조는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으니 가장 크게 느낀 건 성취감이 아니라, 무력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