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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Oct 18. 2019

사랑의 문을 열어주세요

마음을 두드리는 마음 카드

큰 아이가 3학년, 둘째가 7살 때쯤이었던 것 같다.

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갔다가, 둘째와 친구 녀석이 싸움이 붙었다. 둘이서 카드 게임하고 잘 놀고 있나 보다 했었는데, 뭐가 맘에 안 드는지 둘째가 던지고 소리 지르고 울면서 바둥거리고 있었다.

아이를 진정시키려고 하다 아이가 휘두르는 팔에 나는 얼굴을 맞았다.

그 소란을 떨고 집에 와서 아이와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미안한지 종이에 하트를 그려와서는 "엄마, 이제 괜찮아?" 다.



'괜찮긴 이놈아... 네가 괜찮아야지!'


엄마에게 하트를 그려온 것 보니, 아이는 이제 이야기할 마음의 준비가 된 듯했다.

"00가 너무 화를 무섭게 내서, 엄마가 너무 놀라고 마음이 다쳤어. 그래서 아파.

오늘 왜 그렇게 화가 났어?"


배시시 웃기만 하던 아이의 대답이 또 웃기다.

친구가 카드를 뺐었다나 어쨌다나...

(내가 다 봤는데 뭘 뺏었다고.ㅠㅠ)

뭔 이유가 있었겠지... 아무리 싸우면서 큰다고 해도, 엄청 싸운다 싶던 두 녀석은 이제,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다고, 만나면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쏘울 메이트가 된 듯하다. 그렇게 애절하고 애틋할 수가 없다.

둘이 놀 수 있는 시간만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두 녀석을 보면서, 이렇게 커주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그날 나는 여러 일들로 인해 체력이 소진되어 저녁에 벽에 기대어 앉아있었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첫아이가 다가와 물었다.

"엄마 괜찮아?"

- "응, 엄마 괜찮아, 근데 마음이 다쳤어."


(내 말에 아이는 마음이 '다쳤어'라는 말을 '닫혔어'로 듣고 카드를 만들어왔다.)


'마음을 열어드립니다' - 아이의 카드는 내 마음을 여는 열쇠
'마음 닫힘. 편지로만 배송 가능'

"엄마, 저는 어떤 때가 가장 좋은 지 아세요? 엄마는 저의 마음을 아시니까 제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아실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어떤 때가 가장 좋냐면요, 엄마와 들판을 달릴 때가 좋아요. 하지만 좋은 소원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아 슬펐지만, 저의 행복이고 모든 것인 '엄마'가 있어서 행복해요. 그런데 엄마, 저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그건 바로 엄마에게 가는, 제 마음이 가는 '사랑의 문'이 닫혔다는 거예요. 엄마, 사랑의 문을 다시 열어 주세요. - 00 올림 -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말은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유한준이 남긴 명언이다. 이를 토대로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문화유산을 보는 자세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나는 이 말이 오히려 육아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그때엔 나의 지침으로 인하여 흐릿하게 보였던 아이의 말간 얼굴, 영롱한 눈동자, 사탕처럼 달콤한 목소리가 지금 오히려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유.

내가 아이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을까.

나는 아이들의 말과 글에 더 공감하게 되었고 아이들의 고민과 상황을 더 이해하게 되었고,

아이들의 바램과 꿈에 대해서도 더 관심이 깊어지고 있다. 나는 아이들을 향해 열린 창을 더 키워가고 있고, 더 굳건한 디딤돌이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해가고 있다.

어쩌면, 많고 많던 감정의 '더미'들 속에서 느꼈던 아이들의 모습이, 이제 아이들만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지금에와서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게 아닐까.

나는 나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 푸른 들판을 함께 달려 나갈 수 있도록 다리의 힘을 키우고, 튼튼한 심장을 달라고 기도하는 것, 요즘 나의 기도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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