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속마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a Jung Apr 18. 2020

그래서 내겐 오늘도 살 이유가 충분하다.

내겐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한 달이 지나고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믿을 수가 없었고 믿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모든 것을 다 잊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은 내게 그래도 젊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아이가 없어 다행이라고 했다.

잊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혹은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십 년이 지났다.


이제 다이어리에 죽고 싶다며 무섭게 써 내려가던 나는 없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정신없이 일곱 살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내가 있다.


잊고 다시 시작하라던 그들이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잊지 않았기에 그래서 오늘의 행복이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해야 하는 것이란 걸 알기에.


그래서 내겐 오늘도 살 이유가 충분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