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한 달이 지나고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믿을 수가 없었고 믿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모든 것을 다 잊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은 내게 그래도 젊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아이가 없어 다행이라고 했다.
잊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혹은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십 년이 지났다.
이제 다이어리에 죽고 싶다며 무섭게 써 내려가던 나는 없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정신없이 일곱 살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내가 있다.
잊고 다시 시작하라던 그들이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잊지 않았기에 그래서 오늘의 행복이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해야 하는 것이란 걸 알기에.
그래서 내겐 오늘도 살 이유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