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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임팩트 Mar 25. 2021

#당사자성#내러티브 #질문 #피드백 #훈련

'문제정의와 세계의 공명' 연관 키워드

#당사자성


사회문제를 기업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소셜벤쳐 쪽의 입장에선, 그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버틸 시간을 갖기 위해서 '고객’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보통 고객과 수혜자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창업팀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희는 당사자성이 있는 팀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당사자일수록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미 ‘고객(본인)에 대한 이미자를 갖고 있으니까요. 또 본인의 문제이니 지속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믿음이 가기도 합니다.

- 한상엽(소풍벤처스)


사회운동영역에서 ‘당사자성’이란 매우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특히 소수자성과 연결된 어젠다들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요. 때로는 당사자성을 갖고 있을수록 문제정의와 해결에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반대편의 경험도 있습니다. 사회혁신을 ‘공모전’의 경험으로 접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문제를 겪는 당사자들을 잘 모르는 가운데 문제해결의 ‘대상’으로 보고, 시혜적 관점이나 아이디어 수준의 솔루션을 생각해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접근을 통해 효과적인 솔루션을 도출할 수도 있습니다.


혁신가의 당사자성은
단지 그 문제를 직접 겪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떤 계기로든 그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게 되고, 그 포지션을 지켜가고 있는 경우 문제 해결의 당사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강력한 당사자성은 어떤 태도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스스로 이해하는 것, 나에게 주어진 조건이 아니라 내 감정에 초점을 맞춘 자기 확신이 필요하더라고요. 내가 아니면 이건 아무도 안 하겠다 싶은 문제들, 이대로 놔두면 그대로겠다 싶은 문제들이 소명이 될 때가 있어요. 미션이 나를 선택했다는 게 더 설득력이 있는 표현이겠네요. 그런데 이러다 보면 나의 미션에 집착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내 생각에 맞추게 하려 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감대가 필요한데 말이죠. 그래서 정의된 문제를 강변하기보다 계속 학습하고 협력할 수 있는 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 김동훈(라이프라인코리아)



#내러티브


저는 연결과 흐름이 중요한 사람이다 보니, 동시다발적으로 결핍에 대한 솔루션을 찾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문제들을 풀고 실패하는 과정이 사회적 기업 ‘문화로놀이짱’으로까지 연결되었죠. 그런데 그 과정이 저의 서사, 여정으로 소개될 때, 사람들이 훨씬 통합적으로 이해한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요즘 청년허브에서 공론장이나 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 펠로우십(AYARF)을 설계하면서,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도 내러티브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 안연정(전 청년허브)


혁신가들을 만나다 보면,
그들 각자의 내러티브가
굉장히 명확하게 정리되어있음을 느낍니다.


왜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다른 사람이 아닌 그가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삶의 내러티브 속에서 통합적으로 이해될 때 그의 어젠다가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도 와 닿게 되지요.


문제를 잘 정의하기 위해서는, 문제해결의 주체가 세계의 변화나 반응을 자기 내부로 끌어들여 스스로의 성찰성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스스로의 관점이 명확하지 않다면 수많은 정보 속에서 길을 잃을 수 있겠지요. 엄청난 변수들 속에서 본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만나게 되는 과정은 논리적 필연성이 아닌, 우연처럼 보이는 ‘선택적 친화성’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끌림을 가진 내러티브들끼리 만난다고나 할까요.


문제해결 주체가 제기한 어젠다가 사회로 잘 발신되어 타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하거나 변화시키기 위해서도 그의 내러티브가 정합적으로 잘 정돈되어야 합니다. 근대적인 세계에서는 이 정합성의 핵심 열쇠가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가치체계가 다변화되고 파편화되는 탈근대의 세계에서는, 사람들은 논리에 설득당하기보다는 마음이 끌리는 곳을 향하게 됩니다. 결국 ‘탁월한 이야기꾼’이나 ‘삶의 내러티브가 탁월한 상태에 도달한 사람’들이 어젠다를 이끌게 되지요.


삶의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일이 혁신가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너무나 복잡하고 부정교합 상태인, 파편화된 세계를 사는 개인들은 자기 나름의 내러티브를 재구성하려 각자 노력 중입니다. 삶의 서사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워진 시대에 각자의 서사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그 서사들이 만나 사회적 서사를 이루어가는 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사회의 구성 방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


내가 가진 해법은 유일한 것이 아니고 1/n일 뿐이죠. 그래서 나를 뺀 나머지 'n-1'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해요. 내 해법이 가장 옳기 때문에 이것만 하겠다고 하는 식의 접근은 사회문제에는 맞지 않죠. 제품의 문제를 푸는 것, 조직의 문제를 푸는 것, 사회의 문제를 푸는 것은 모두 다릅니다.

- 조아신(지리산이음)


문제가 ‘problem’이라면 그 문제는 해결되어야 합니다(problem-to be solved). 반면 문제를 ‘question’이라 생각하면 누군가 그 문제에 답을 하면 되겠지요(question-to be answered).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대부분의 문제(problem)는 단시간에 궁극적으로 해결되지 못할 수도 있기에, 초기에는 대답이나 이야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회문제들은 이야기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해소’되기도 합니다.


해소가 아닌 '해결책(solution)’을 찾는 경우에도, 일정 정도는 문제를 ‘problem’뿐만 아니라 ‘question’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파악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복잡계 속 문제해결의 핵심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사람들도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만큼이나 그 문제를 둘러싼 가장 좋은 ‘질문’을 뽑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품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는 선택지를 좁혀가는 것(narrow down)이 일반적이지만,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사회문제에서는 오히려 범위를 넓혀가는 것(zoom out)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성급하게 명확한 문제해결(problem solving)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better question)을 찾아가는 태도, 내가 지금껏 실천해온 해법들에 대해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질문하는 태도가, 스스로 정의하려 하는 문제를 더 온전하게 바라보게 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제를 더 잘 다룰 수 있게 성장한 혁신가들의 팀이 나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사이버네틱스의 중요한 목적은 시스템이 수시로 변화하는 조건들을 극복하며 예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데 있다. 사이버네틱스의 주요 성과는 생물과 기계 사이의 비교를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것은 위너(Nobert Wiener)의 피드백 개념에서 구체화된다. 피드백은 어떤 과정이나 행동의 결과에 대한 정보를 그 근원에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이명인 외, 2008,「복잡계와 네트워크 사회의 변화」, 35p,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우리는 피드백을 받고 있나요?


피드백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질문을 다시 음미해보겠습니다. 우리는 피드백을 ‘받고’ 있나요?


인용문에 있듯, 피드백은 어떤 과정이나 행동의 결과에 대한 정보를 그 ‘근원’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개인이나 조직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프로그램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외부에서 감지된 정보가 우리의 조직이나 활동, 제품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로와 경험이 있나요?


어떤 피드백은 우리의 매뉴얼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고, 어떤 피드백은 지금과 같은 솔루션으로는 새로 발생한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어떤 피드백은 조직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조직에 곧 위험이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를 주기도 합니다. 심지어 생태계 전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담은 피드백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조직의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의 시그널을 담은 피드백을 잘못 이해해서 활동 매뉴얼 수정 정도로 해석해서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피드백은 정보가 근원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피드백에 담긴 정보가 도달해야 할 근원이 어디인지, 그 근원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는 무엇인지, 그리고 근원에 도달한 정보가 수용되거나 재검토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다면,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헛바퀴를 도는 나사처럼 마모될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피드백일까요…. 그 말을 어떻게든 해석을 하는 것이 피드백일 텐데…. 때로는 피드백을 피드백이지 못하게 하는 고정관념, 신념이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허담(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훈련


누구나 문제정의를 잘할 수 있다는 말은 환상이라고 생각해요. ‘개업’은 몰라도 ‘창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듯이. 문제정의를 하는 훈련을 받았거나, 문제정의를 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어야 문제해결능력이라는 게 발휘될 수 있어요. 문제정의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은 똑같은 능력인데, 다른 능력으로 보는 순간 문제정의 자체를 정적인 것으로, 명사화하게 됩니다. 문제정의를 잘하려면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그 훈련은 문제해결 역량이나 문제해결을 한 경험과 동떨어져 있지 않아요.

- 한상엽(소풍벤처스)


사회문제는 ‘멈춰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적인 과녁을 맞히는 일과 움직이는 과녁을 맞히는 일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듯이, 사회 자체가 동적인데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이 정적일 수는 없다는 것이죠. 문제가 무엇이고 왜 생기는지 안다는 것은 강력한 의지와 그동안의 경험, 지식, 역량으로 문제를 둘러싼 숲을 볼 줄 안다는 의미입니다. 그 정도의 역량을 누구에게나 기대할 수는 없을것입니다.


그래서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문제를 정의하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복잡한 사회문제를 조금은 단순화시키고 분절화해서 연습해보는 ‘툴킷’ 수준의 연습 과정이 긴요할 수 있습니다. 또 빠르게 움직이는 사회문제의 스냅샷을 찍어내고, 그 샷들을 이어 붙이는 훈련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맥락과 질서를 발견하는 것 말입니다.


이와 함께 아래의 훈련도 필요합니다. 거대한 시스템을 다루는 이들에겐 언제나 큰 문제가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의 발견과 동시에 아래의 질문을 던지는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문제를 정의할 때는, 우리에게 수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어떤 게 빅 프라블럼(problem)이냐를 봐요. 그런데 이것만 발견해서는 부족해요. 동시에, 이 빅 프라블럼을 해결하기 위한 스몰 솔루션(solution)이 무엇인지를 묻죠.

- 노명철(카카오엔터프라이즈)·류형규(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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