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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Mar 17. 2020

이탈리아에 그냥 남기로 했다


평범한 일상이 다시 돌아올 수는 있을까 싶을 만큼 이탈리아의 코로나 확산은 걷잡을 수가 없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알리탈리아까지 직항 항로는 이미 막힌 지 오래

인근 유럽국까지 퍼지면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항공편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로마 기준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애초 정보를 공유하기론

로마 - 암스테르담 경유 - 인천

로마 - 파리 경유 - 인천

로마 - 프랑크푸르트 경유 - 인천


사지선다형도 안 되는 직항 잃은 도시의 서러움이었다면 이젠 그마저도 잃었다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인천 행 대부분 취소

로마 - 파리 행 대부분 취소로 그나마 파리에서라도 비행기를 타려면 로마 - 밀라노 -파리를 기차로 이동하라는 공고까지 새롭게 내려왔었건만 프랑스 또한 사태 악화로 이 마저도 불가능해질 듯하다


완전한 고립이 되어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기’ 수요조사가 시행되었다

이런 시국에 ‘전세기’라 함은 급박한 상황 속 자국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정부차원에서 보내주는? 지원해주는? 항공편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현재 이탈리아 경우는 정부 개입 없이 로마 재 이탈리아 한인회, 로마 가이드 협회 주축의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경우 항공사 자체적인 판단과 사비로 운항되는 말 그대로 ‘전세기’이다.


더 늦기 전 지금이라도 나가야 하나 잠시 흔들린 건 사실이다. 한데 사실상 현실은 불가능하다.


1) 말 그대로 전세 비행기 ‘전세기’ 이기에 비용이 꽤 세다. 평소 이 시즌에 운항하는 항공료에 준한다고는 하나 일반적으로 구입하던 항공료의 두배까지는 아니지만 1.5배? 1.8배 정도는 된다. (3/16일 기준, 요금 확정은 아니고 예상금액만 나와있는 상태이다)

가족 수가 많으면 이 또한 부담스럽다


2) 인천 입국과 동시에 2주 자가격리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주 삶의 터전이 이 곳 이탈리아에 있다 보니 한국을 들어가면 친정 또는 시댁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데 아이들과 함께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서 자가격리가 제대로 될 것 같지가 않고 우리로 인해 한국의 가족 또한 얼마나 불편을 감수해야 할지, 서로 못할 짓이다 싶고


3) 이 사태가 언제쯤 진정이 될지, 언제까지 감금 아닌 감금생활을 해야 할지 알 수는 없지만 하루 종일 집에만 있더라도 그나마 아이들에게 익숙한, 그나마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도 있는 우리 집에서 견뎌내자고 우리 부부는 마지막 결정을 했다



이탈리아에 그냥 남기로 했다 



(언론에 보도된 ‘이탈리아 전세기’ 관련 기사를 몇 개 읽었고 그 아래 댓글들을 보는 순간 솔직히 씁쓸하다.

이탈리아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우리가 한국인이 아닌 것은 아니다. 미국 시스템 같지 않아서 대부분 이탈리아 교민들은 한국 여권을 사용하는 분명한 한국인이다. 세금도 안 내면서 콜택시처럼 전세기 부른다고? 현재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 경우는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그분들께 물어는 봤는가? 현지 채용 아닌 한국에서의 파견이기에 대부분 한국에 세금 납부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세금은 한국에서 따박따박 빠져나가지만 해외 체류라는 이유로 아이들 아동수당, 양육수당조차 못 받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럼 최소한 (워낙 세금 세금 거리니까) 세금 납부하는 그분들은 정부차원의 전세기 언급해도 아무런 결격사유 없는 거 이닌가? 그런 원칙으로 따지면 세금은 다 납부하고 아무런 혜택을 못 보는 건? 어쩜 사람들이 이렇게 이기적일까. 심지어 이번 전세기는 정부차원의 전세기도 아니다. 직항 항로는 막혔고 경유 편도 막히고 있으니 뒤늦게 귀국을 결심한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편리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인데 대체 뭘 안다고 거지근성이라는 둥, 거기 그냥 박혀있으라는 둥


못됐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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