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그 어느 것 하나 애매하게 시작하나 결국 결과는 좋았던.
그... ... . 제가 작가가 되었더라고요.
10월 9일 한글날,
아내와 오랜만에 휴일을 휴일답게 지내보자는 의지 불타오르는 마음가짐으로 떠난 성수.
성수는 다양한 팝업 스토어들이 많이 생겨나고 없어지며
젊은이들의 '핫플성지' 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우리 회사에서도 성수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성공적인 운영을 했다는 소식은
새삼 '우리 회사가...?' 하며 '보태준 것 하나 없으면서 의심만 하는' 그런 사원으로 남아있었기에
마음 속 한 구석에 성수를 가보지 못한 아쉬움과 (그 누구도 나무라지 않았음에도) 회사 팝업 스토어 한 번을 가지 않은 죄책감으로 성수는 꼭 가보아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또, 2024년 만득이 선정 최고의 릴스인 성수동 꽃집 챌린지. 일본 노래인 '구구단송'에 맞춰 추는 춤 또한 성수동이니 만득이에게 더나위 할 것 없는 관광지였고,
서울에 터를 잡기 위해 임장을 다니던 지방사람으로써 서울숲을 자기 마당으로 삼는 성수의 엄청난 아파트들로의 관심이 있었고,
지방에 살던 사촌 동생이 상경하여 일하는 카페가 성수였으니, 꼭 가야하는 0순위 지역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성수는
사실 그렇게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다.
공장단지 처럼 보이고, 낡은 건물들이 많았고, 지상에 있는 지하철을 받춰주는 기둥들로 너저분해보였다.
지상철의 소음 또한 시끄러웠고.
한껏 기대하며 갔을 뿐더러,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던 아내를 데려온 곳이어서
마음이 한켠 무거웠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화려한 패션으로 시선을 끄는 사람들과
여기저기 팝업 스토어를 홍보하는 전단이 그나마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었고,
나의 기대를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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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한 곳을 찾아 가볼까?' 하는 물음은 '일단 저기 부터 들어가보자'로 답이 되었고,
그렇게 팝업 스토어를 한 두 군데 들르게 되었다.
'다행이다' 싶었던 첫 번째 팝업,
아내가 관심있어하는 품목인 신발과, 또 관심있어하던 가구 브랜드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가본 위에서 언급한 사촌동생의 추천 카페,
사촌동생이 일하는 카페의 사장님이 차리신 두번째 카페라고 했는데,
위치와 감성이 딱 내가 기대하던 분위기의 카페였고,
음식이 맛있어서 더더욱 만족스러웠다.
사촌 동생의 작지만 비싼 센스는 그 만족을 2배로 올려 주었다. (고마워 동생!)
그렇게 카페에서 배를 채운 후
길거리를 둘러보니, 정말인지 팝업 스토어들이 많았다.
음식점 보다 팝업스토어들이 더 많았고,
그 가게들 간의 거리감들이 '감성'을 조금 더 돋구어 준 것 같았다.
그러다가 마주한
'WAYS OF WRITERS - 작가의 여정' 이라는 팝업스토어.
한글날이니 '작가의 여정'이라는 타이틀의 팝업은 이끌릴 수 밖에 없었다.
(영어로 된 제목이 '한글날'의 약간의 옥의 티였지만, 그 전 후로 이어지는 팝업이니 넘어가주기로. (웃음))
들어가보니 '브런치 스토리'의 팝업이었다.
"아, 그 브런치...?"
왕년에 활자 중독자를 표방하던 만득이는
브런치 작가가 마음 속 한켠 '버킷리스트' 속에 남아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리고 각 잡기에는 약간의 부끄러움이 있던 블로그와 달리
'작가 승인'이 필요하고, 꽤나 진지한 글쟁이들이 남기는 브런치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10년 전 가입하고 어렵다는 생각에 삭제한 브런치 어플을 다시 깔고,
스텝에게 머쓱하게 물어봤다.
"어떻게 하는 건가요?'
처음에 시큰둥하게 브로셔도 받지 않고 아무런 관심도 없어하던 사람1이 갑자기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서 어떻게 하냐며 브로셔 받아내고는 무엇인지 물어보는 나의 모습이 약간은 형편없다 생각했으리라
친절히 설명은 해주었지만, 눈빛 속 의심은 (나만의 생각일 수 있음) 충분히 느껴졌다.
그렇게 팝업이 이끄는대로 해나가다가 '인턴 작가'의 자격을 얻게 되었다.
부끄러움과 머쓱함에 가득한 내가 더이상 자세히 물어보지는 못하고,
그저 10월 27일 까지 3편의 글을 작성하는 안내만 기억하고 집에와서
이 글 앞의 3편의 글을 그렇게 번개불에 콩 볶듯 써내려 간 것이다.
3편의 글을 쓰고 어떠한 방법으로 '정식작가'가 되는지도 몰랐던 만득이.
그렇게 또 다시 그렇게 약간 무시하던 네이버 블로그를 다 뒤져서
'10월 27일 까지 3편의 글을 쓰면 27일 이후 정식작가로 승진이 된다' 는 글을 읽게 된다.
어라..?
그렇게 나는 28일 내일이 되면 '정식 작가'가 되는 것인가...?
발행 버튼을 누를 수 있던 '인턴 작가'도 '작가'였던 것인가...?
그....... 제가 작가가 되었더라고요.
하고 아내에게 자랑을 했다는 이야기.
성수동의 성공적이었던 다른 추억들과 함께
정말 엄청난 것을 해내었다는 성취감을 이렇게 20여일이 지난 오늘도 느끼고 있다.
서두에서 가졌던 모든 죄책감과 아쉬움은 뒤로한채,
성수, 정말 좋은 곳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