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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구가 Aug 13. 2023

배우는 것은 뭘까

깊게 바라보고 싶은 마음

얼마 전, '배우는 여행 중'이라는 예능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임시완, 정해인이라는 배우가 여행 중이라는 뜻과 더불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여행이라는 중의적 해석을 해보았다. 친한 친구들과 모여 얘기를 나누는 도중 어렵게 내뱉은 말이 있었다. 배우고 싶던 게 수많았던 대학시절을 지나 현재는 무얼 배우고 싶은지, 내가 흥미 있어하는 게 무언지 잘 모르겠다는 속마음을 터놓았다. 그때의 서로를 기억하기에 우린 현재를 안타까워했고, 다른 친구가 한 말에도 공감이 갔다. 요새 배움에 있어서 생계로 이어지는 지의 여부를 자연스럽게 알아보게 된다던 말에.

뭘 배우고 싶은 걸까 요즘? 뭘 배우고는 싶은 걸까?
어쩌면 지금 뭘 배우지 않아도 되는 걸까?

임용이 된 이후, 첫해는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생각해 보면 난 매해 무언가를 꾸준히 배워왔었다. 타바타 운동, 요가, 필라테스, 피아노, 영어회화, 글쓰기, 한국사, 테니스... 흥미가 지속되던 것은 지금도 하고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쉽게 그만두기도 했다. 해가 시작할 때마다 무언가를 배우자는 것에 목표를 둘만큼 스스로를 압박하기도 했었다. 배우는 것에 압박을 느끼는 것은 결국 내가 뭐에 집중할 것이 필요하며 깊게 바라보고 싶은 것이 생겼으면 한다는 건데. 경제적, 시간적인 면에 있어서 여유가 있지만 정서적, 신체적, 정신적인 면에서는 과거보다는 큰 여유가 없어서 갈피를 못 잡고 8월이 빠르게 흘러감에 조급함을 느끼는 듯하다.


배움에는 끝이 없기에 적어도 한 달에 1권씩 책은 읽어야 하고, 틈틈이 전시회나 콘서트를 통해 여러 감정도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였다. 내 성향상 나는 시간이 낭비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면서 적어도 직장에서 키워나가는 업무 능력 외에 나란 사람 자체가 직장을 나와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정확히 잘 지어져 있는 단단한 사람이길 바란다. 나중에 삶을 되돌아봤을 때 '아 나는 이런 걸 좋아해서 꾸준히 하며 살아왔구나, 이런 분야에 흥미가 많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사실상 다양한 분야들을 매해 배워나가면서 성실성, 지구력, 순발력, 감성지수, 역사적 지식, 유연성, 언어 능력, 감정 조절 능력, 집중력 등 생각지도 못했던 능력들을 조금이라도 기를 수 있었다. 살면서 꼭 필요할 수도 있고,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깊게 바라본 것들에 대한 결과이기에 뿌듯했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우리 집 강아지는 10년이 지나 앉아, 손, 뽀뽀 등을 배웠다. 아빠와 혼인 후 40년이 다 돼가는 엄마는 모든 음식에 MSG 없이도 감칠맛을 내는 요리 능력을 길렀다. 나는 7년 가까이 집에 에어컨 없이도 시원하게 여름을 나는 방식을 터득했고, 하나밖에 없는 5살 조카는 10글자가 넘는 이름을 가진 종류의 상어와 고래를 구분하며 한글을 배우고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어나가는 직장생활을 끝내면 집에 와 어떤 안주에 어떤 술이 어울리는 지를 잘 알고 있다.


나열해서 적어보니 주변에 사람들이나 나는 저마다의 능력치를 꽤 잘 길러가고 있었다. 자신이 필요하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생각보다 여유 있게 각자만의 방식으로 촘촘하게 잘 키워나가고 있었다. 일만 시간의 법칙처럼 조급해하거나 연연하지 않고, 조금 더 관심이 가고, 눈길이 가는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차곡차곡 채워나갈 것이다. 더는 아쉬워하지 말고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해서 깊게 바라보며 나란 사람을 잘 지어나갈 것이다. 생계와 상관없이 배우는 것에 큰 즐거움을 가지며 내 인생여행을 잘 즐기길 바라고 해가 되는 것을 구별하며 현명하고 지혜롭게 여러 능력들을 잘 길러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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