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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구가 Oct 03. 2023

내한 콘서트는 처음이라

시간, 감정 조절을 못했네요

  올해 계획 중 하나가 내한하는 외국 가수의 콘서트를 가는 것이었다. 다이어리 'what to do' 목록에 떡하니 적어놓고 외국가수를 잘 뒤져보고 있던 9월에 코다라인(Kodaline) 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15년도에 국가고시를 준비하면서 정말 자주 들으며 힐링했던 곡으로 이 밴드의 High Hopes, All I Want, One day 등이 있었다. 그럴 만큼 이 밴드에 대한 애착이 강했고, 언젠간 한번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살아서 그런지, 찰리푸스나 부르노 마스가 온다는 소식보다 나에겐 더 가슴 뛰는 일이었다. 얼른 자리를 겟하려 했지만 이미 앉는 좌석은 매진되었고, 스탠딩석만 남아있어서 2개를 예매했다.


잠시 코다라인을 소개해보자면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으로 보컬, 드럼, 베이스, 기타로 구성된 4인조 밴드이다. 코다라인이라는 이름은 히브리어로 '아름답게 부서진'을 의미한다고 한다. 대표곡인 High Hopes는 14년도에 개봉한 'Love, Rosie'라는 영화에 삽입되어 내용 속 주인공 남녀의 감정을 잘 비춘 듯했다. 노래의 가사를 통해 상실을 간접 경험할 수 있고, 끝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희망을 갖고 살아가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다시 돌아와 예매한 코다라인 콘서트를 가는 날에 난 지방에서 일을 끝내고 본가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언제나 퇴근길은 밀려있었고, 별생각 없이 집에 도착해 차를 두고 대중교통으로 갈아타 길을 나섰다. 어플을 돌려보니 1시간에 갈 수 있는 yes24 라이브 홀이었고 공연시간 딱 맞춰서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 '뭐, 조금 늦으면 늦은 대로 들어가자, 스탠딩석이라 어차피 계속 서서 봐야 하는데.' 이런 가벼운 마음이었기에 급하지 않았다. 20분 정도 늦게 도착해 공연장을 찾아 헤매다 겨우 입장했다.


코다라인(Kodaline) 콘서트가 열린 yes24라이브 홀 앞 / 2023.09.22.


생각보다 작은 홀에 관객은 꽉 차있었고, 뒤늦게 도착해 스탠딩석 제일 뒤에 끼여 작은 키를 높이고자 뒤꿈치를 올려다봤다. 순간 가슴이 웅장하다 못해 마치 영화 '비긴 어게인' 속 데이브라는 인물의 공연 같았다. 밴드의 노래와 모습은 아주 가깝게 보였고, 시간도 맞춰오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외국가수 내한 콘서트가 이런 분위기구나...! 늦게 오면 안 되는 거였구나' 알고 보니 스탠딩석 관객들은 공연 몇 시간 전부터 대기를 한다고 하니, 뒤늦은 이 사실에 내 한심함을 탓할 수밖에. 뒤에서라도 열심히 즐겨야겠다는 마음으로 따라 부를 수 있는, 따라 부르고 싶었던 노래들을 열심히 떼창 했다.


코다라인(Kodaline) 콘서트 현장 / 2023.09.22.


올해 내가 계획한 일 중에 색다르게 잘 계획했고, 늦었지만 그럼에도 잘 이뤘다고 생각한 일이었다. 앞으로 외국가수 내한 콘서트를 치열하게 티켓팅하며 살아갈 내 모습이 그려졌고 꼭 성공해야겠다는 다짐이 앞설 수 있었던 날이었다. 과거에 꼭 들어보고자 했던 밴드의 공연을 한국에서 들어봤던 이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 시절 내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마음으로 이 노래를 들었는지 계속 떠오를 수 있기에, 이 순간을 잘 간직하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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