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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C.C를 끝내고

여기서 C.C는 Conference Call이다

by 클루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C.C는 Campus Couple인 줄 알았다. 직장인이 되어서 Company Couple도 C.C로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유관부서에서 C.C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설마 커플 하자는 건 아닐 텐데?' 하고 알고 보니 내가 모르는 C.C가 또 있었다. 얼레벌레 검색해 보니 유선으로 통화하는 회의의 한 방식으로, Conference Call이라는 의미였다.


몇 달 전 회사에서 처음으로 온전히 혼자 맡은 업무가 생겼다. '첫 술에 배부르랴'는 말처럼 일은 쉽게 풀리지 않았고, 협력사는 급기야 유관부서를 통해 C.C를 요청했다. 단방향의 메일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양방향으로 대화를 하려니 너무 겁이 났다. '내가 신입이라서 일 못하는 거 들키면 어쩌지? 물어보는 것마다 몰라서 대답 못하면 어쩌지' 등 걱정이 태산이었다.


C.C를 하기로 한 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한 층 더 초초해졌다. 뭘 더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쉽사리 퇴근 시간이 다가와도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내일 할 말을 생각하면서 겨우 잠에 들었다.


점심 먹고 나른한 오후 3시, C.C가 진행되었다. 처음 들어가는 화상 회의 플랫폼이라서 시작부터 헤맸고, 10분이나 늦게 겨우 회의실에 입장했다. 메일로만 주고받던 협력사 담당자의 목소리를 처음 듣자 너무 어색했다. 다행히 부서 선배님들이 함께해 주셨고, 사실 내가 말을 많이 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의미도 없었다. 초반부터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들이 들이닥쳤고, 대부분은 부서 선배님들이 답해주셨다.


집중력의 한계가 느껴질 때쯤 첫 C.C가 끝이 났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화상 회의 나가기 버튼을 누르면서 큰 실수 없이 끝나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협력사 담당자도 나와 같은 직장인일 뿐인데,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졌던 건지 참 이상했다. '만약 경험이 많고, 넓고 깊은 지식이 있었다면 훨씬 주눅 들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간 내공과 실력이 쌓이는 날이 오겠지라고 믿는 수밖에.


처음이라는 것은 늘 어렵지만, 생각해 보면 난 항상 두 번째가 제일 어려웠다. 마치 놀이기구를 탈 때 처음에는 무서운 줄 모르고 타는데, 두 번째는 두려움에 떨면서 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세 번째부터는 그나마 익숙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협력사가 언제 또 두 번째 C.C를 하자고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렇게 걱정이 많아서 회사는 어떻게 출근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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