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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독도가 있듯 브로드카에는 '독토'가 있다

[대한민국에 독도가 있듯 브로드카에는 '독토'가 있다]

​수원은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단지예요. 수만 대의 차가 모인 '도이치 오토월드', 'SK V1 모터스' 같은 초대형 단지들이 밀집해 있죠. 하지만 이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투명한 '편견'도 함께 존재하는 곳이에요.

​최근 브로드카에 '슈퍼 루키'로 불리는 서른 살 딜러가 합류했어요. 입사 6개월 만에 선배들 못지않은 실적을 내는 그에게 입사 계기를 물었죠. 놀랍게도 그는 친분이 있었던 업계 최상위권 딜러에게 "수원에서 괜찮은 상사 한 곳만 추천해 달라"라고 부탁했고, 그가 "사람들이 좋다"며 유일하게 꼽아준 곳이 바로 '브로드카'였다고 해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같은 교회 지인의 추천으로 합류한 저 역시 '참 잘 찾아왔구나' 싶었어요. 수많은 상사 중 실력자가 인정하는 곳에서 일하게 된 것이죠.

​브로드카에는 대표님을 비롯해 이랜드와 ROTC 출신 선배들이 많아요. ROTC 45기로 군 복무를 마치고 입사한 첫 직장이 이랜드였던 저는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죠. 이런 필연적인 우연이 또 있을까요.

​대표님은 불투명한 중고차 시장의 문화를 투명하게 혁신하고 싶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요. 그런 핵심 가치 덕분에 브로드카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경쟁 업체들에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브로드카에는 매주 화요일에 '독토'가 열려요. 독토란 '독서 토론'의 줄임말로, 책을 좋아하는 대표님과 선배 딜러 한 분이 2년 넘게 지속해 온 소모임이에요. 책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저를 자연스레 독토로 인도했죠.

​이토록 감성 충만한 딜러들의 독서 토론이라니! 모임 첫날의 신선한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아직도 중고차 시장이라고 하면 문신한 초롱이들이 딜러랍시고 무섭게 고객들 눈탱이 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이곳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책 읽는 문학 소년 딜러들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브로드카라는 귀한 만남 속에서 독토라는 또 하나의 귀한 인연을 만나니, 저도 무언가 공헌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책을 쓰고 싶어 하는 대표님의 니즈를 발견한 저는 독토 안에서 글쓰기 모임을 제안했어요. 일종의 재능기부를 하기로 한 거죠.



​그렇게 격주로 독서 토론과 글쓰기를 진행하기로 했고, 오늘이 드디어 글쓰기 모임 첫날이었어요. 글쓰기 모임이 처음이라는 분들의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울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각자 자유 주제로 A4 한 페이지씩 글을 써왔는데, 딜러 30년 경력의 대표님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담아낸 글로 모두를 놀라게 했어요. '차를 보면 차주를 알 수 있다'는 경험을 글로 풀어낸 필력이 예사롭지 않았죠.

​그런데 더 인상적이었던 점은, 대표님이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수정본이 원본보다 감동이 덜하다는 사실이었어요. ChatGPT는 10점짜리 글을 70점짜리로 끌어올리지만, 90점짜리 글도 70점으로 끌어내린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했어요. 역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고, AI보다 감동적이구나 싶었어요.

​멤버 중 또 한 분의 선배 딜러는 자신의 독서 습관에 밴 허세에 대한 성찰을 위트 있게 써왔어요. 글을 통해 선배 안의 '문학 소년'을 만날 수 있었어요. 글은 마치 내시경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차량 점검 시 잘 안 보이는 부분을 내시경으로 비추어 보듯, 글 또한 그 사람의 깊은 내면을 드러내주거든요.

​오늘 '독토 글쓰기 모임'을 통해 글쓰기 강사 경험이 이렇게 쓰임 받다니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문득 '독토'라는 이름에서 '독도'가 연상되었어요. 독도를 묵묵히 수호해 온 이들이 있었기에 그 외로운 섬, 새들의 고향이 언제나 우리의 땅일 수 있었겠죠. 브로드카에선 '독토'를 잠잠히 지켜온 선배들이 있었기에, 자칫 각박할 수 있는 이곳에 촉촉이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가 마련된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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