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

꿈이나 현실이나

by 나미

그저께 밤에 꿈을 꿨다. 청소기로 여기저기 구석구석 청소하는 꿈이었다. 꿈속에서 본 얼굴들은 내가 청소하는 것을 당연시 보았다. 미안해하거나 도와주어야겠다거나의 내색 없이. 네가 너 할 일을 당연히 하는구나. 가끔 눈치 없는 남편들이 와이프가 청소기를 신경질적으로 밀고 있을 때 소파에서 발만 살짝 드는 그 형국. 그게 내 꿈에서의 형국이었다. 지금 떠올리면 그 얼굴들이 어찌나 얄미운지... 하지만 막상 꿈에서는 미처 그 얄미운 얼굴들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구석구석 청소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또 어딘가가 꽉 막혔는지 청소기가 어찌나 흡입을 못하던지 아직도 그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 지경이다. 그래도 꿈속에서의 나는 참으로 꿋꿋이 청소를 해댔다. 흡입이 잘 되고 있는지 청소기의 입구를 몇 번이나 확인하면서 부지런히 도 움직이더라. 꿈속에서 나는 어찌 청소를 다 끝냈지만 어찌나 답답해하던지. 청소가 끝난 공간의 말끔함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다. 저게 어디가 막혔는데 어디가 어찌 막혔누하면서.

꿈에서 깨어나서도 그 답답함이 사라지지가 않는다. 그게 그저 꿈에서만 있는 것 같지가 않아서다. 사는게 그리 상쾌하지만은 않은데 꿈에서든 현실에서는 나는 어찌나 우직한지.

작가의 이전글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