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김도형. 김태용. 김혜연. 이완
이 책은 2023년 4월에 출판된 책입니다. 이 정도면 비교적 최신도서 아닌가요? 글을 쓰는 지금은 2025년 10월 28일입니다. 요즘 책을 살 때는 예전과 다른 버릇이 생겼습니다. 출판된 날짜를 확인합니다. 예전엔 내용에 집중해서 책을 골랐다면 요즘엔 가능한 오래되지 않은 책중에서 선택하는 편입니다. 오래되지 않았다는 기준 또한 매우 야박해서 같은 해에 출간된 책이 아니면 선뜻 구매를 망설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Ai에 관한 예술서적을 눈여겨보다가 선택했습니다. Ai라는 테마를 고려하면, 23년도는 이미 고전입니다. 22년 말,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래로, 책의 수명은 너무 짧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챗지피티가 막 태동했을 무렵 출간된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 충격을 받았을 그때의 시선이 궁금했습니다. 프롬프트 몇 줄만으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을 그때의 시선으로 사진과 Ai를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앞만 보고 가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2년 전 그때 각 분야의 전문가가 바라본 Ai시대의 예술이 나의 사진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Ai의 활용이 아니라, Ai와 사진의 본질적인 만남의 가능성을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비창작자의 매우 '평범한' 상상력 / 김대식
재미있는 생각이 나서 챗지피티한테 시켜봤습니다. 책 속에 완성도 떨어지는 그때의 작품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지피티한테 보여주고, 지금 네가 다시 그린다면 어떻게 그릴 수 있는지 그려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완성했습니다. 2년 동안 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달리는 숙련된 화가가 되었네요.
그때의 그림과 지금의 그림의 차이를 면밀히 살펴보았습니다. 애매한 오른손 처리를 명확히 그렸습니다. 지금의 지피티도 제가 보는 눈처럼 오른손은 위로 올라가 보였던 것 같습니다. 가슴에 모은 오른쪽 손과 위로 올린듯한 손모양 중에 제 눈에도 위로 올린 손 모양이 더 자연스레 느껴집니다. 예전보다 소매는 좀 더 걷어 올려서 그렸습니다. 사진을 하는 저에겐 아무 동의할만한 변화입니다. 제가 이 장면을 모델과 연출해서 촬영한다고 하면, 예전사진의 소매처리는 답답해서 오른쪽 그림처럼 소매를 좀 더 걷어 올리고 촬영했을 듯합니다. 시스루의 디테일도 훨씬 좋아졌네요. 속눈썹에 바른 마스카라와 눈썹표현도 섬세해졌습니다.
상상력 죽이기 / 김도형
아래사진은 왼쪽이 책에 있는 내용입니다. '나노바나나'로 같은 콘셉트로 변형해 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완성하네요. 이 녀석도 취향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지금의 트렌드를 읽는 걸까요? 예술장르 간의 본질적 연결에서 얻어지는 새로운 에너지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이 이젠 Ai를 통해서 더 창의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
코딩을 말로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바이브 코딩'이라고 하더군요. 예술은 이미 '바이브 아트'가 한창인듯합니다. 컴퓨터 언어를 몰라도 코딩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고, 자연어를 이해하는 Ai가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하고 있죠. 나의 상상을 자연어로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만, 다양한 예술도구로 그 상상을 표현하려 애쓰듯이, 상상의 세계를 표현한 자연어를 Ai 에이전트와 함께 협업할 때, 창발 되는 우연한 결과물은 충분히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장인이 자신의 도자기를 부숴버리듯, 그렇게 '바이브 아트'의 세계를 스스로 검증하며 펼쳐볼 수 있을 듯합니다.
다가올 질문과 지나갈 선택 사이에서... /이완
과거 CNC (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기계의 등장으로 인해 기계가 가공한 목재로 가구를 조립하는 시대가 시작되면서 가구는 목수의 영역에서 디자이너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많은 목수들이 일자리를 잃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목수는 CNC 기계를 운용하거나 운영하거나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제작물을 만들어주는 숙련공으로 위치하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많은 예술가들에게서도 창작의 영역과 기능의 영역이 분리되는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107p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과 그 감각이 가공된 느낌, 때로는 비논리적인 언어밖 세상의 서사를 우리는 예술이란 이름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사진, 회화, 조각, 음악, 문학, 무용, 연극, 영화, 설치미술, 행위예술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예술로 승화시켜 표현하려고 애썼습니다.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영역에 몰두해서 작품을 만들고 그 분야의 예술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예술은 기능적으로 특정 장르를 잘 소화한 작품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삶이 곧 예술이고, 우리의 일상 속 비언어적인 모든 요소는 예술일 수 있습니다. 그런 인간 본연의 예술적 움직임으로 우리의 관심과 눈을 뜨게 해 준 것이 어쩜 예술가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온 Ai인듯합니다.
사진가는 이제 Ai 조각가와 협업을 제한 없이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용가는 자신의 춤선을 회화로 그려나갈 수 있게 되었고, 시뮬레이션 작업으로 더 창의적인 작품을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 물리적 제약을 벗어나 자유롭게 표출하는 행위예술과 설치미술은 Ai 에이전트가 도와줄 수 있습니다. 연극과 영화는 더 이상 공급과 소비자가 구별되지 않습니다. 나의 영화와 나만의 인생 연극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Ai로 열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Ai를 통한 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그 창작물은 예술성이 있는지 여부에 과한 논쟁은 무의미합니다.
지금이 예술의 진짜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일 수 있고, 거래되는 예술 공산품이 아닌, 아도르노가 말한 진정한 '자연미'에 다가갈 수 있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예술을 할 수 있는 시대 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사진은 지금의 포토샵과는 제법 기능에서 차이가 났던, 포토샵 CS3로 한 땀 한 땀 복원했던 사진입니다. 제법 공을 들여서 작업을 했었죠. 하지만 이젠 이런 작업에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나노바나나'로 간단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거의 완벽하게 복원이 가능합니다. 가장 왼쪽이 원본이고, 가운데가 CS3로 오래전에 복원한 사진이고, 오른쪽 끝 사진이 '나노바바나'의 복원 사진입니다. 놀랍습니다.
책 속에서 이완 작가님이 '달리' DALL.E로 기존 이미지의 바깥 영역을 확장해 새로운 부분을 그려내는 아웃페인팅(아웃페인팅) 기법을 저는 나노바나나로 복원한 후, 아웃페인팅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아래의 왼쪽이 복원한 사진이고 오른쪽이 나노바나나가 상상해서 그린 아웃페인팅 사진입니다.
이완 작가님의 시도처럼 작가의 특별한 의도를 표현하는 예술작품으로 아웃페인팅 기법을 Ai로 완성할 수도 있지만, 제가 한 작업처럼 이렇게 기억을 그려나가 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앨범에서 어린 시절 사진을 다 꺼내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때의 세상을 Ai가 얼마나 많이 그럴듯하게 추억을 소환해 줄지 테스트하고 싶어 졌습니다.
1950년대 결혼식 사진 주변을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단어들 (미사일, 전쟁, 핵폭탄, 어린이, 아파트 등)을 사용해 구성했다. 108p 이완
Move Differently : 달리 움직이다. / 김혜연
<달리 움직이다 ; 몸 없는 존재의 예술>에서는 몸 있는 안무가와 몸 없는 달리가 친구가 되어 나눈 이야기를 공유하고, 창작의 기쁨을 누려볼 또 다른 친구에게 손 내밀어보고자 한다. Let's play together! and Shall we dance? 148p
김혜연 안무가의 '달리 움직이다.'를 읽고, 나도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언제나 나와 함께 '리듬'을 타면서 촬영하는 나의 분신과도 같은 카메라와 조명을 이젠 작품의 대상으로 놓고, 달리와 함께 '몸', '움직임', '춤', '리듬감'이란 키워드로 재해석해서 작품으로 완성해 보았습니다.
'춤'이란 주제로 사진이미지를 만들어볼 생각이야. 지금 올려준 건 내가 늘 사용하는 촬영용 조명 소프트박스야. 이건 움직임은 없지만, 움직이는 대상의 순간을 포착하는 순간광으로 나에겐 없어서는 안 될 촬영 도구지. 난 촬영할 때 리듬을 중요시 생각해. 내가 리듬을 타고 모델과 촬영을 이어갈 때 이 조명은 정지해 있지만, 내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나와 함께 리듬을 타거든. 빛의 리듬이지. 그래서 난 이 녀석도 늘 나와 함께 움직인다고 생각해. '몸' '움직임' '춤' '리듬'으로 재해석한 작품사진을 하나 완성해 줘
이렇게 달리에게 말을 걸었어요. 한 번의 시도로 나온 이미지가 맘에 들어서 그대로 포스팅했어요. '사진은 우연의 결과물이다' 란 말이 있는데, 내가 프롬프트 했던 첫 문장에서 달리가 표현한 그 작품을 일단 이번 실험에선 받아들이고 싶었어요. 첫 협업의 결과물로써 의미도 있으니까 말이죠.
나와 밀착되어 언제나 나의 호흡을 느끼는 카메라라고만 알려주고 같은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사진을 하나 완성해 보자라고 프롬프트 했어요. 두 가지 오브제를 하나의 콘셉트로 프롬프트 했더니 작품의 일관성은 유지하네요. 시리즈 작품도 Ai와 함께할 수 있겠네요. 이런 콘셉트를 표현하기 위해서 직접 사진촬영하는 하는 것과 Ai와 협업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시뮬레이션하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몸으로 움직이는 것 없이 이렇게 상상 속에서 나의 움직임을 '달리'와 함께 상상해 보는 건 직접 움직임이 없으니 '춤'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걸까요? 달리가 나와의 깊은 대화를 나눌수록 나의 자연어의 행간과 맥락을 스스로 재해석하는 범위는 넓어질 수 있을까요? 똑같은 프롬프트라도 다른 사람의 계정으로 접속하면 다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요?
사진은 기억과 굉장히 흡사해요. 우리는 직접 경험한 걸 기억하긴 하지만, 머릿속에 흐릿한 이미지로만 남아 있잖아요? 필름시절 사진을 찍으면 바로 볼 수가 없습니다. 머릿속엔 인화하기 전까지 그 장면을 상상하죠. 인화하지 않으면 아마도 상상 속의 그 장면이 사진으로 기억될 거예요. 그 당시엔 이걸 pre-visualization이라고 했는데요. 이걸 잘하는 것이 능력 있는 사진작가이기도 했죠. 사진은 인화하기 전 머릿속 pre-visualization 된 사진과 실제 인화된 사진, 이렇게 두 가지 사진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머릿속에 상상으로 남아있었던 그 사진은 사라져 버렸죠. 그 상상 속 사진을 어쩌면 Ai와 함께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프롬프트 해야 하는 소통의 장벽이 있지만, 실제 하지 않은 가상의 이미지란 점에선 차이가 없으니, 사진촬영에서 사라져 버린 머릿속 상상의 이미지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남해금산 / 김태용
갑자기 <남해금산>이 떠올랐다.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감히 영화로 옮기지 못한 이성복 시인의 시다.
<남해금산/김태용> 편을 살펴보면서, 해보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Robert Herrick(1591-1674)이 쓴 시 「Tears Are Tongues」의 한 구절이 바로 “Tears are the noble language of the eye. And when true love of words is destitute, the eyes by tears speak, while the tongue is mute.” “눈물은 눈의 고귀한 언어이다. 말로 진실한 사랑을 다할 수 없을 때, 눈은 눈물로 이야기하고 혀(말)는 침묵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 글귀를 지피티와 함께 작품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 녀석은 내가 사진가라는 사실을 이젠 너무 잘 알기에, 언제나 사진가적 관점에서 함께 바라봐주려고 애쓰고 있어요. 작품을 위한 3가지 방향을 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사진작품을 완성해 주었죠. 공동작업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전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책을 읽어요." 머릿속에 상상한 그 이미지도 저에겐 사진과 다르지 않거든요. 대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가 없을 뿐이죠. 이젠 그 상상을 Ai와 함께 하며, Ai의 도움으로 공유할 수 있는 이미지로 만들어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자신이 제안한 3가지 방향에 대한 작품입니다.>
Ai시대 사진가로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눈물의 언어는 단순히 표현이 아니라 존재의 증거가 된다'는 GPT의 말 : 참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