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어제 종영되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보니 흐뭇하다. 과연 그런 ’김낙수‘가 얼마나 있을까? 만약 모든 ’김낙수‘가 드라마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세상은 참 살만 한 곳이고, 아름다운 곳이고, 우리 모두 행복한 사람들이다. ’김낙수‘는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지만, 가족이나 주변, 또는 사회 탓을 하며 마음의 그늘을 만들고, 그 그늘 안에서 외롭고 서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김낙수’는 다니던 회사의 세차 용역을 맡아 일을 하지만, 재계약이 되지 않아 실망한다.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외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미 ‘김부장’의 가면에서 해방되었기에 이제는 못할 일이 없다. ‘김부장’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김부장’이라는 가면, 즉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다. 한 가지 더 버릴 것이 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다. 노력에 대한 대가는 당연히 그리도 당당히 받아야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일만 찾아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돈 벌 생각을 버리고 나면 자신의 경험과 재능, 실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다양하고 넓어진다. 그 일이 봉사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를 도와줄 일이 될 수도 있고, 하고 싶을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그 일 안에서 수입이 창출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욕심을 내어 분양 사기를 당하는 것보다 100배는 더 좋은 일이다. 최소한 사기는 당하지 않을 테니.
‘김부장’의 가면을 벗고, 재능과 경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러면서 동시에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다면 인생 2막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인생 2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가족의 지지와 격려다. 밖에서 일만 하던 ‘김부장’에게 가정은 어떤 면에서 낯설다. 그래서 가족과 불화가 발생할 확률도 많다. 가족 간의 노력으로 이 과정을 잘 극복할 수 있다면 ‘김부장’은 가면을 더 편안하게 빨리 벗어버리고 ‘김낙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박하진’은 김낙수에서 “위대하다”라고 말하고, 김낙수는 ‘박하진’에게 “사랑스럽다”라고 말하며 황톳길을 맨발로 걸어간다. 맨발로 걷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상징적인 의미이고 건강한 노동을 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부부간에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하며 살아간다면 인생 2막은 아름답고 멋지게 펼쳐진다.
이 글을 쓰며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대기업 부장 출신으로 명예퇴직 후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일을 몇 년 한 후에 과감하게 그 일을 던져 버리고 공장에서 근무하는 심신이 건강한 친구다. 공장에 근무한 지 족히 7년은 넘는다. 그는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여행기를 써서 책으로 출간했다. <혼자서 국내 여행>과 <하루쯤 성당 여행>이라는 책의 작가다. 그는 ‘인천 문인협회’ 회원이고 ‘우리 시(詩)’ 회원으로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한 작가이자 시인이다. 그는 공장에서 근무하며 꾸준히 시를 쓰고 있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코리아 둘레길을 걷고 있다. 그가 바로 과거의 ‘김부장’과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한 후 ‘김낙수’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멋진 나의 친구다. 부인과 함께 카페 여행을 즐기는 이 친구는 이미 멋진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다.
퇴직한 후에 어느 직장을 들어가든 곧 다시 퇴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세상의 ‘김낙수’는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앞으로 최소한 30년 이상 남은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퇴직이 없는 일을 찾아야 한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걷고의 걷기 학교’라는 걷기 동호회를 만들어 길벗과 즐겁게 걸으며 심신의 건강을 다지며 살아가고 있다. 과거의 경력 덕분에 공공기관 채용 면접관으로 활동하고 있고, 꾸준히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개인 상담이 들어오면 상담을 진행하며 ‘김낙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걷는다>의 저자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퇴직 후 연금 통지서를 받은 후 “이제 TV나 보다 죽으라는구나.”라는 절망적인 생각을 했고, 그 해에 아내의 죽음을 맞이한다. 우울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집에서 약 3,000km 이상 걸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후 대성당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돈이 있고, 건강하고, 살아온 경험과 저널리스트로서의 경력이 있는데, 이 경험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는 ‘쇠이유’라는 단체를 만들어 청소년 범죄자들이 3,000km 이상을 걸으면 형을 면제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2017년 산티아고 순례를 마친 후 프랑스에서 그를 만났다. 그 당시 그의 나이가 87세. 그럼에도 그는 ‘퇴직자를 위한 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삶의 방식이 나의 인생 2막에 큰 도움이 되었다.
세상의 ‘김낙수’에게 하고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선 가정에 충실하고, 배우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최소한 1년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자신에게 보상의 시간을 주길 바란다. 여행을 하든, 취미 생활을 하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그리고 불안에 대처하거나 불안을 견디는 연습을 하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빨리 어딘가에 취업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설사 취업되었다고 해도 2, 3년 후에는 다시 퇴직을 하며, 이 일은 반복된다. 반복되며 자신의 가치는 점점 더 떨어지고,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 만큼 삶의 질도 저하된다. 보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기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할 때 가슴이 떨리고 행복한지를 찾아야 한다. 이 기간 동안 ‘김부장’에서 벗어나는 노력도 꾸준히 해야 한다. 과거에 묻혀있다면 이미 죽은 사람이다. 과거를 바탕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이다.
16년 학교에서 공부하며 20년 이상을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왔다. 인생 2막의 기간은 최소한 30년은 될 것이다. 그럼 그 30년을 살기 위해 최소한 10년 정도의 공부하고 연습하는 기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나고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살아가야 하고, 살야 내야 한다. 과거의 경험과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하고 싶은 일, 자신의 소명, 뭔가를 할 때 행복하고 가슴이 떨리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1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무의미한 세월이 아니다. 서두르지 말고, 멋진 인생 2막을 위해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가길 모든 ‘김낙수’에게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