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성욱 Aug 24. 2024

결승선이 눈앞에 있어

- 7

  그런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후회는 하지 않아. 그때는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까. 나는 그녀에게 입을 맞췄어. 첫 키스였지. 찰나였지만 거기에선 시큼한 땀내가 났어. 그녀가 거세게 나를 밀쳐 냈어. 나는 의자 밖으로 나가떨어졌지. 뭐 하는 짓이야. 고개를 드니 그녀가 얼굴이 벌게진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나는 너무 놀라 눈만 끔뻑였어. 그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어.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잡아 주지 않았어. 너 미쳤어? 얼른 집으로 가!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어. 잘못 생각했던 걸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화를 낼까 웃어 버릴까 생각하다가 그대로 빠져나왔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두웠어. 나는 터벅터벅 걸었지. 걷고 있는데도 내 작은 가슴 밑에 숨겨져 있는 심장이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누가 자꾸 몸속의 근육들을 콕콕콕콕콕콕콕콕콕콕콕콕콕콕콕콕. 단 한 발짝도 달릴 수 없었어. 어지러웠어. 지구가 돌고 있었어. 그게 느껴진 거야. 나는 지구만큼 커져 버린 것 같아. 그대로 희미해지다가 증발해 버릴 것만 같았어. 실연 같은 것은 처음이니까. 나는 아직도 이렇게 약하구나. 집 앞에 가로등이 깜빡거리고 있었어. 전구도 나만큼 힘이 없어 보였어. 나도 가로등을 따라 눈을 깜, 빡, 깜, 빡. 눈물이 났어. 달콤한데 쓰고, 짜면서도 시큼한 눈물이. 이렇게 눈물을 빼면 가벼워서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울었어. 소리도 나지 않는 그런 울음이었지. 이날이 바로 내가 가장 많이 운 날이었어.


이전 07화 결승선이 눈앞에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