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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성욱 Aug 19. 2024

결승선이 눈앞에 있어

Prologue

  숨을 깊게 들이마셔. 눈을 깜빡이지. 총성이 울려. 시작이야. 두 다리에 힘을 주고 폭발하듯 튕겨 나가. 달려야 해. 끊임없이. 숨이 차. 세계가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다가와. 마라톤 같은 종목은 나에게 맞지 않아. 가장 빨리 달릴 수 있어야만 해. 나의 두 다리로. 달리고 있을 때면 나는 꼭 내가 없어질 것 같아. 하지만 동시에 내가 너무도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어. 그건 슬픈 일이지. 숨이 가빠질수록 더 많이 느껴져. 나의 달리기는 이래. 내가 여기 있다. 내가 여기 있다. 내가 여기 있다. 곧 사라질 거야, 사라질 거야, 사라질 거야. 하지만 언제나 실패했어. 이번에는 달라. 다를 거야. 분명히 달라야 해. 턱 밑까지 숨이 차올라야 해. 결승선을 통과할 때 나는 이미 사라져야만 해. 거기까지가 내가 원하는 경지야. 폐가 터져 버려도 좋아. 백 미터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야. 그보다 짧은 거리를 뛰는 종목은 없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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