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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성욱 Aug 24. 2024

결승선이 눈앞에 있어

-3

  다음 날부터 연습이 시작됐지. 달리기의 좋은 점을 알고 있니. 그건 땅과 두 다리만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거야. 바꿔 말하면 연습 중에도 내가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뜻이지. 감독님은 말했어. 지혜야 백 미터는 한 호흡에 이루어지는 거야. 출발하기 전에 숨을 크게 들이마셔. 나는 감독님을 따라서 한껏 숨을 들이켰어. 그리고 달리는 내내 조금씩 내뱉어야 해.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까지 다시 숨을 들이마셔서는 안 돼. 숨을 쉬는 시간도 아까운 거야. 마치 죽음과 같이 달려야 해.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어. 죽음과 같이. 결승선으로 가서 잘 보렴. 감독님이 시범을 보였어. 출발선에서 잔뜩 몸을 웅크린 그녀는 마치 날렵한 고양이 같았지. 깃발이 올라가고 그녀가 지구를 밀어 버릴 것처럼 지면을 박차고 튕겨 나갔어. 달리는 그녀의 모습은 멋졌어. 결승선에 선 채로 그녀가 나를 향해 오는 모습을 바라봐. 숨이 막혔어. 결승선을 통과하기까지 그 십여 초의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지. 그녀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모래가 튀어 올랐어. 다가오는 발짝 소리가 점점 커졌지. 두근거렸지. 그녀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야 나도 숨을 쉴 수 있었어.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몰아쉬는 그녀에게 말했어. 감독님은 아름다워요. 저도 감독님처럼 뛸 수 있을까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어. 네가 원한다면.

  그야말로 맹연습이었어.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지. 여러분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갈 때까지. 매일 하나만을 생각했어. 더 빨라질 것. 언젠가는 시간보다 빨리 달릴 수 있을 거야. 언젠가는. 그렇게 돌아가면 모두 만날 수 있을 거야. 달리고 있을 때면 느낄 수 있어.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빠르게 달릴수록 더 빠르게 다가온다는 것을. 연습을 거듭할수록 믿음이 생겼어. 더 빨라진다면 깰 수 있을 거야. 제트기가 소리를 부수고 날았던 것처럼. 트럭을 붙잡을 수 있을 거야. 매일 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며 다짐했어. 여러분 나는 더 빨라질게요. 처음에는 무릎이 퉁퉁 부었어. 허벅지 근육도 뭉쳤지. 내 몸이 나에게 소리쳤어. 나를 그만 괴롭혀. 너는 내가 아니야. 나를 놔 줘. 힘들단 말이야, 힘들어. 몸은 내 말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었어. 자기가 할 말만 뱉어 내는 고집쟁이였지. 몸속 가득 매미가 살고 있는 것 같았어. 시끄러워. 그만해. 나는 감독님에게 몸이 소리친다고 말했어. 시끄러워서 참을 수 없어요. 그녀는 그게 몸을 길들이는 과정이라고 말했어. 사람들은 말이야 의외로 자기 몸을 마음대로 쓰지 못한단다. 네 몸은 지금 사춘기를 겪는 거야. 그 통증이 지나가고 나면 네 몸은 완전하게 네 것이 될 거야. 그때부터가 진정한 달리기란다. 그 말을 듣자 통증이 달콤하게 느껴졌어. 과연 그 말이 맞았어. 그녀는 좋은 선생님이야. 달리기에 대한 그녀의 말은 틀린 적이 없지. 단 한 번을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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