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한 명이 어벤져스를 보고 왔나 보다. 나도 마블 시리즈를 정말 즐겨 보고 있고, 이번 엔드게임 개봉을 몹시 기다리고 있었다. 6년 전, 나를 윽박질러가면서까지 아이언맨부터 퍼스트 어벤져를 정주행시켰던 그 분께 요즘 들어 무척이나 감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시대에 살아가고 있어서 행복하다.'는 평을 내릴 정도로 어벤져스 프랜차이즈에 심취한 친구도 있다. 아무튼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쌓아 올린 세계관이 일종의 마무리를 하는 시점이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기대가 클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 친구는 아직까지 취직을 못 한 백수다. 그래서 당연히 오전에 남들보다 시간이 많고, 눈 뜨자마자 영화를 보고 올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 사실에 몹시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으며 직장과 일터에 묶여 있느라 영화를 보지 못 한 우리를 동정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우리들도 꽤나 자조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