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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Jul 07. 2019

인생의 들러리가 된 기분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 인생이 누군가의 들러리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쉼 없이 달리고 달리다가 문득 멈춰 돌아봤을 때, 다른 사람보다 뒤처져 있다고 느낄 때.

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데, 남들은 이미 깔끔한 아스팔트를 걷는 것 같을 때. 

내 인생은 이정표 하나 없어서 낮에도 헤매는데, 다른 인생엔 표지판이 제대로 붙어있는 것 같을 때. 

남들이 지나간 패인 자국을 따라 느릿하게 걸어가는 느낌이 들 때. 

나야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나지만, 스포트라이트가 항상 내 것은 아니었다.


들러리 인생은 심심하다. 전성기를 누리는 쪽은 화려하다. 

기적과 기회는 남의 것이고, 사랑과 관심 역시 교묘히 들러리를 비껴간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도 이런 시기가 있었을까? 


우울하고 고독한 시기는 언제나 관심 대상이 아니다. 

성공이란 이름 아래 깔려있는 과거의 실패들은 '성공'을 더욱 빛나게 하지만, 

애초에 성공하지 않은 사람의 실패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도 어쩌면 '들러리'였을까.


그 사실은 위로가 됐다.

그래. 모두가 들러리라면, 고난 같은 하루도 희망으로 사는 게 중요하겠다.

비껴나가던 빛의 방향이 틀어져, 나를 향해 눈부시게 쏟아지는 날도 오겠다. 

'들러리'인 어떤 암울한 시기도, 어느 틈엔가 '결과'를 반짝이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우린, 이 순간도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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