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와 허브가 가득한 정원

목동정원담(談) - 도시 속 작은 숲 이야기

by vivid


그림 그리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미술대회에서 상을 몇 번 타 보긴 했지만, 아무 것도 없는 하얀 스케치북에 그려 넣어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정원을 구성하는 건 어쩜 이리 신나는 일일까. 봄이 되어서 아직 빈 땅과 같은 내 정원을(완전히 빈 땅은 아니지만) 새롭게 채워가는 일은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공간을 구분하고, 조화로움을 구성해서, 식재할 식물을 선정한다. 식물의 제철, 생애, 주기를 익히고 적절한 배치를 고민해본다. 어느 공간에 어떤 컬러의 식물을 함께 배치해야 잘 어우러질지 꽃이 활짝 폈을 때 사진을 꼴라주해보기도 하고, 데크 위에 앉아 빈 땅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며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한다.


정원에 주인공이 되는 '존재감 있는 꽃'은 올해 심지 않기로 했다. 보통 장미나 작약을 많이 심던데. 풍성하게 꽃이 피면 정말 멋있겠지만, 초보 가드너로서 아직 내공이 있지 않으니 패스. 그리고 계속 야생화에 눈이 가서, 올 봄 내 정원의 주인공은 스카비오사와 허브로 정했다.


한번에 잘 해야한다는 생각을 버리니 마음도 오히려 유연해진다. 가급적이면 자주 옮겨심지 않아야겠지만 혹시나 여기가 아니다 싶으면 살짝 떠서 옮겨주면 되니까, 괜찮아.


빈 공간을 채워나가는 재미가 빈 스케치북에 그려나가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 생동감 있는 정원을 꿈꾸며.내 일상도 생동감있어지길 기대하는 봄이다.


작가의 이전글목동정원담(談) - 도시 속 작은 숲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