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에서 화해까지 모든 게 교육
6년 넘게 사귀고 결혼했다. 모든 걸 알고 있다 확신했는데 아니었다. 귀여운 행동은 철없어 보였고, 깔끔한 외모관리는 지독한 개인주의로 비쳤다. 장점은 안 보이고, 단점은 크게 부각됐다. 맞벌인데 아이 둘을 혼자 키우다시피 하니 독박육아 억울함은 커져갔다.
잘 나가는 아내를 둔 남편은 일정한 유형이 있다. 먼저, 열등감과 통제욕이 섞인 태도이다. 아내가 더 잘 나가는 상황을 비교하며 자존감이 흔들린다.'돈 잘 버니까 당연히' 생활비를 전가하고, 아내의 성공을 불편하게 느끼며 평가절하하고 빈정댄다. 아내를 믿고 사업에 투자해 전부 날리거나,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다음은 성숙하고 존중하는 태도다. 아내의 성공을 함께 축하하고, '내 아내지만 존경한다.'는 표현을 수시로 한다. 아내가 주목받을 때 함께 기뻐하고 가정 내 역할 분담에 적극적이다.
극단적이진 않았지만,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은 때가 있었다. 기분이 상한 게 분명한데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으니 더 힘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단 한 번도 아이들 앞에서 부부싸움을 한 적은 없다. 오죽했으면 큰 아이가 중학교 때 친구 부모님의 부부싸움을 목격하고 며칠 동안 큰 충격을 받은 적도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리 지르며 싸우는 부부를 보았던 것이다. 그것도 놀러 온 딸내미 친구 앞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아이들 앞에서 부부싸움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 과연 맞는 일이었을까? 돌이켜보면 부부싸움을 안 한 게 아니라, 한쪽이 참았다는 표현이 더 맞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결론적으로, 아이 앞 부부싸움은 잘하면 오히려 좋은 교육이 된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당연하다. 부부사이, 부모 자식사이, 친구사이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꼭 있다. 그럴 때 갈등을 숨기기보다는 잘 싸워야 한다. 엄마와 아빠가 무엇 때문에 다투는지, 다투는 모습은 어떠한지, 다투고 난 뒤 어떻게 사과하고 화해하는지 모든 과정에서 자녀들은 보고, 느끼고, 배우게 된다.
다만, 싸울 때는 부부간 사전에 합의된 그라운드룰이 있어야 한다. 감정이 격해지면 아이 앞에서는 잠시 멈추고, 나중에 둘이 조용히 이야기하자고 대화를 미루는 게 좋다. 고함, 욕설, 폭언, 무시, 비난, 인신공격, 무시, 침묵, 아이 편 가르기, 폭력적인 행동이나 위협은 절대 금물이다. 아무리 이렇게 원칙을 지켜도 지나치게 반복되거나 격한 싸움은 안된다. 아이는 자신 때문에 부모가 싸운다고 오해하고, 정서적인 불안감을 느끼며, 큰 상처를 안게 된다. 집이 불안하면 아이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착한 아이'가 되려고 애쓴다. 만약, 아이 앞에서 다투었다면, 서로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화해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게 좋다.
감정을 조절하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어떻게 해결하는지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싸움의 끝이 파국이 아니라는 걸 알면 아이도 자신의 감정이나 갈등 상황에서 두려움 없이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엄마 아빠는 생각이 달라서 이야기하는 중이야.'라고 말을 해주자. 갈등만 생기면 회피하고, 집을 나가버리는 남편 때문에 무척 속상했다. 하루 내에 돌아오기는 했지만, 처음엔 몹시 당황했다. 돌아와서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니 더 황당했다. 상대방이 문제에 대해 입을 닫아 버리면, 다시 꺼내기도 애매해진다. 한쪽이 풀지 않은 상태에서 싸움이 봉합되면 다른 한쪽은 가슴에 돌이 얹힌 듯 앙금으로 남는다.
좋은 아버지였지만 가부장적인 남편이었던 아버지는 엄마에게 가끔 큰 소리를 내셨다. 그때마다 두 분의 눈치를 봤다. 불편하고 슬펐다. 이제는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는 있지만, 어린 시절에는 큰 상처가 되었다. 누군가 설명을 해줬어야 했다. 아무리 아버지로서 자상하셨어도 그 상처를 덮을 수는 없었다.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큰 소리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되었다.
모두 성인이 된 지금은 가끔 아이들 앞에서 부부싸움을 한다. 언성을 크게 높이진 않지만, 어떤 불만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한다. 이제는 아이들이 큭큭 웃으며 '그만들 좀 하셔.' 할 정도가 되었다. 뒤늦게 아이 앞 부부싸움 잘하기'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