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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검절약 가르치기

감옥의 충격요법

by 카리스마회사선배

'근검절약'은 부지런하고, 검소하며, 낭비하지 않고, 알뜰하게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즉,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고, 필요한 것만 쓰며, 노력하고 절약하는 태도이다. 근검절약은 유교 덕목 중 하나이며, 사치를 경계하고 검소함을 권장하는 분위기는 조선시대, 한국전쟁 이후, 1970~80년대 산업화시대까지도 주요한 가치로 강조되었다. 요즘은 어떤가? 물자는 차고 넘치고, 클릭 몇 번에 다음날 새벽 문 앞에 주문상품이 도착하는 세상, 집집마다 거의 매일 택배가 쌓인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알지만, 당장 체감하기도 어렵고, 나 혼자 작은 실천을 한다고 세상이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였다. 세면대 물을 콸콸 틀고, 빈 방에 등을 여기저기 켜놓고, 물건을 함부로 쓰는 것이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온 아이들에게 '절약'의 필요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두 아이를 불러 식탁에 앉혔다."빛의 승계' 하얀 종이에 한자로 이을 승 이을 계를 썼다. 아이들은 엄마가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하며 쳐다봤다. 빚은 은행이나 다른 사람에게 갚아야 할 돈이나 물건을 말하는 거야. 돈을 빌린 대가로, 빌려준 사람한테 돈을 더 줘야 하는데 그걸 이자라고 해. 엄마 아빠는 은행에서 돈을 4억을 빌렸어. 그래서 한 달에 백여만 원씩 빌린 돈과 이자를 갚고 있단다. 만약 엄마 아빠가 이 빚을 다 갚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 이 빚은 너희들에게 승계'된단다. 한 마디로 너희 둘이 갚아야 하는 거야. 만약 못 갚으면 너희 둘이 감옥에 갈 수도 있어. 그러니까 엄마 아빠가 빨리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너희가 모든 걸 아껴줬으면 좋겠어. 물도 아껴 쓰고, 빈 방 전기도 꺼야 빚을 빨리 갚을 수 있단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많이 갚았으니까 너희가 좀 도와주면 금방 다 갚을 수 있을 거야.

큰 아이는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작은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법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남편은 왜 애들한테 돈 얘기를 하냐며 핀잔을 주었다.(육아에서 매번 충돌하는 주제다.) 며칠 후 어느 날 아들이 심각한 얼굴로 동생 두 명을 더 낳아 달라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둘이 갚는 것보다는 넷이 갚는 것이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감옥 얘기의 충격이 컸다 보았다. 그 후 한동안 빚을 얼마를 갚았는지, 얼마가 남았는지 아들에게 매달 보고를 해야 했다. 아들은 그때 어렴풋이 나눗셈의 개념까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딸도 한동안 불 켜진 방마다 돌아다니며 모조리 끄고 다녔다. 아이들은 성인이 된 요즘도 그때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돈을 벌어 빚을 갚지? 감옥은 정말 가기 싫은데라고 생각했단다.


요즘 아이들에게 왜 절약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는 돈 이야기를 꺼린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아이들에게 불안감이나 걱정을 줄 수 있고, 물질 중심적인 사고를 할까 걱정했기 때문이리라. 돈 이야기를 어른들의 책임이라 생각해서 아이는 아이답게 걱정 없이 자라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편이다. 월급이 얼마고, 생활비, 외식비, 교육비로 얼마나 쓰고 있는지 등을 말이다. 경제상황을 공유하면 가족 모두가 현실을 인식하고 서로 협력할 가능성이 커진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절약하는 태도도 배율 수 있다. 자녀에게는 나이에 맞게 적절한 수준에서 간접적인 경제교육도 가능하다.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감옥 충격요법'으로 제법 효과를 본 것 같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아이들 앞에 얘기하는 것에 나는 절대 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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