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즐거운 책 요약놀이

렌털과 요약

by 카리스마회사선배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흔들거리던 목을 가누게 되고, 어쩌다 엄마라고 말하면 내가 천재를 낳았구나 감동하던 무렵부터 책을 읽어준 것 같다. 한 권 읽을 때마다 칭찬스티커를 붙여주고, 백 권 읽으면 갖고 싶어 하던 장난감을 사주었다. 책장은 전집으로 가득 채웠고 일련번호대로 정리하고 나면 왠지 뿌듯했다. 책 값에만 천만 원 이상을 투자했던 것 같다. 그렇게 키웠는데도 두 아이 모두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 과제로 나왔을 때나 마지못해 읽었고, 그것도 요약본을 보면서 책을 읽었다고 했다. 데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만약 지금 아이가(아니 손주가 보다 현실적이겠지) 생긴다면, 나는 단언컨대 아래와 같이 독서교육을 시킬 것이다.


전집 말고 렌털하라. 렌털은 아이 발달단계나 연령에 맞게 책을 골라준다. 전집은 한 출판사, 한시리즈에 국한되지만 렌털은 여러 주제, 여러 출판사의 책을 폭넓게 경험할 수 있다. 전집은 가격이 높아 한 번에 큰돈이 들어가고, 집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크지만, 렌털은 경제적 부담이 적고, 일정기한 후 반납하니 책장에 쌓을 필요가 없다. 전집은 기획 당시의 책이라 최신성에서 떨어지고, 편집방향이 비슷해서 한두 권 읽다 보면 지루해진다. 렌털은 요즘 인기 있는 신간이나 주제별 책을 빠르게 접할 수 있고, 편집방향이 다양해 덜 지루하다. 렌털을 하다가 마음에 들어 하면 그 한 권만 사주면 된다. 시리즈물이나 과학학습만화도 풀세트로 사지 말고,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들어 하는 주제의 책만 골라 사줘라.


책은 양보다 질로 읽혀야 한다.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 보다는 어떻게 읽었는가? 무엇을 얻었는가? 가 훨씬 더 중요하다. 물론 독서습관을 들이거나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데 양도 중요하지만, 삶을 바꾸고 사고를 확장시키는 데는 질 높은 독서가 훨씬 더 중요하다. 적게 읽더라도 깊이 이해하면 자기 생각을 바꾸고 삶에 연결된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남는 게 없다면 시간낭비이다. 백 권의 책을 읽고도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읽어도 평생 남게 하자. 스티커나 장난감은 그때뿐이다. 벼락치기로 시험을 보면 아무 기억이 나지 않듯, 보상이 걸린 독서는 아이에게 어떤 감동도 성취감도 효과도 없다.


책 읽고 즐겁게 요약하는 놀이를 하자. 이 놀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도움이 된다. 대학입시에서 변별력 있는 과목은 국어다. 영어는 중요도에서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수학은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 나뉘어 중간이 없다. 그러다 보니 국어과목에서 많이 갈리는데, 지문은 엄청나게 길고, 문제는 몇 개 안 된다. 빠른 시간에 전체 내용을 숙독하고 핵심을 파악하는 역량은 한순간에 키워지지 않는다. 비단 수능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보고서, 기획서 등을 파악할 때도 이러한 능력은 필히 요구된다.


아이에게 요약이라는 개념이 통할까? 아이에게 요약은 그저 책 읽고 나서 재미있게 사후활동을 하는 것이다. 아기돼지 삼 형제를 읽고, 인상 깊은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한 두줄 쓰는 거다. 책을 다 읽은 뒤 엄마는 이 장면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년 어땠어?라는 질문하는 거다. 책 내용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도 좋다. 단순한 줄거리 요약보다는 자기 생각을 붙이는 훈련이 병행되면 금상첨화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아이에게 부담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이다. 의도를 들켜서도 안된다. 책 읽기가 가족과 함께 하는 즐거운 놀이여야 한다. 부담으로 느끼는 순간, 책 읽기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오히려 커질 것이다. 책 읽기를 공부처럼 강제하지 않고 놀이처럼 접근하는 것이 핵심이다.


책 렌털을 통해 지루함을 줄이고 공간을 확보하고, 한 권이라도 요약하는 놀이를 통해 아이 가슴속에 깊이 남는 독서교육을 하자.(지금 아이를 낳으면 정말 잘 키울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완성되지 않은 장난감이 최고의 장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