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좋은 아빠? 좋은 엄마?

결국, 표현하는 사랑

by 카리스마회사선배

아이를 키우며 가장 후회가 되는 장면은 종아리를 때려 피가 나게 했던 일이다. 예의 갖추기, 거짓말 안 하기, 생명과 관련된 장난금지라는 가치를 가장 중시했던 나는 베이비시터 조선족 할머니를 막 대하는 큰 아이에게 꽁하고 있던 터였다. 어느 날 문제집을 확인하던 중 답안지를 모두 베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세 번 같은 질문을 할 거야. 만약에 정직하게 대답하지 않으면 종아리를 열 대 때릴 거야. 아이는 끝까지 거짓말을 했고, 나는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문제집을 발기발기 찢고, 책장을 부수고, 아이 종아리를 열 대나 때렸다. 팔 힘이 좋았던지 곱디고운 종아리에서는 피가 터졌고, 순간 당황했지만 매질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는 기절할 듯 울었고 놀란 베이비시터는 말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자식을 잘못 키운 죄인이니 너도 엄마를 때려. 초등 2학년 치고는 스냅이 상당했던 딸은 힘껏 내 종아리를 내리쳤고, 끝내 열 대를 채웠다. 피는 안 났지만 엄청나게 아팠다. 나쁜 지지배, 때리라고 했다고 진짜 엄마를 때려. 때릴 때는 눈물 한 방울 안 나더니, 막상 맞으니까 눈물이 펑펑 났다. 옆에 있던 베이비시터는 갑자기 청소를 시작했고, 글도 아직 못 깨친 아들은 책을 거꾸로 들고 소리 내어 낭독했다. 신기하게도 피까지 난 아이 종아리는 며칠 만에 금방 아물었는데, 내 종아리 얼룩말 자국은 한 달이 지나도록 뚜렷이 남아 한동안 스커트를 입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아이를 향해 지독한 감정을 배설한 사건이었다. 홀로 감내하던 육아의 무게와 설움이 북받쳐 그만 큰 아이한테 터뜨려 버린 것이다. 보여서는 안 될, 해서는 안될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참으로 미안하고 후회된다. 아이는 지금도 그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아이는 한동안 동생과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럴지 모른다.


아빠도 엄마도 모두 처음인 터라, 우리는 많은 실수와 오판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나중에서야 후회하곤 한다. 그렇다면 좋은 부모는 어떤 모습일까? 정답은 없지만, 공통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있다. 우선 사랑이 전해져야 한다. 마음속에만 있는 사랑이 아니라, 표현하는 사랑 말이다. 간혹 실수를 해도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고, 너는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해야 한다. 아이의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고 존중해줘야 한다. 감정과 상황에 따라 변덕스럽지 않고 일관되게 양육해야 하며, 과잉보호보다는 스스로 해볼 수 있게 기회를 주고, 방임보다는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이 행동으로 연결되면 안 되고, 정말 화가 났을 때도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이다. 정직하고 책임감 있고 배려심 있는 태도를 생활 속에서 보여주면 아이가 그대로 배우게 된다.


좋은 아빠는 아이와 같이 놀아주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하며, 가정에서 안정감을 주는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독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한 발 물러나 조용히 지켜봐 줘야 한다. 특히 아들이 사춘기가 오면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힘이 세지면서 엄마의 말을 잘 듣지 않는데, 아빠의 말은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좋은 엄마는 아이의 작은 변화를 잘 알아차리고 세심하게 돌봐줘야 한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따뜻하게 감싸주고 공감해줘야 하며, 특히 딸은 2차 성징이 생길 때 당황하지 않게 잘 이끌어 줘야 한다.


한쪽 부모가 훈계할 때는 어느 편도 들어서는 안되고 조용히 다른 방으로 자리를 피해 주는 게 좋다. 아예 밖으로 나가는 건 안된다. 문제를 회피하거나, 상황을 피하려는 듯 보여 비겁함과 배신감이 느껴진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난 다음 아이를 위로하면서 부모의 의도와 마음을 잘 설명해 주자. 결국 좋은 부모는 아이를 존중해 주고, 공감해 주고, 격려해 주는 존재여야 한다. 나는 사랑받고 있고, 믿음직한 부모가 내 편에 있다는 확신이 들게 해줘야 한다.


모질게 종아리를 때려 피까지 나게 했던 그날의 나란 엄마는, 훈계란 명목으로 아이를 학대한 참으로 못나고 잔인하고 이기적인 엄마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만 6세에는 음미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