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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끼리 싸울 때 이렇게 대처하라

상대방의 100가지 장점 적기

by 카리스마회사선배

혼은 선택이지만, 자녀는 필수다. 그것도 두 명 이상을 강력 추천한다. 부부를 위해서, 자녀를 위해서 형제자매는 많을수록 좋다. 자녀는 부부의 연결고리이자, 작은 스승이다. 자녀를 키우면서 인생을 배우고, 인내심을 배우고, 진정한 사랑을 배운다. 생명 잉태 순간부터 성인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는 참어른이 된다. 자녀 입장에서도 형제자매가 있는 게 좋다. 함께 놀거나 대화상대가 있어 혼자라는 외로움을 덜 수 있다. 어려울 때 의지할 가족이 부모님 외에 더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물건이나 경험을 나누면서 협력하는 법도 배우고, 어린 시절부터 쌓인 추억을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다. 물론 경쟁과 비교가 될 수도 있다. 뒤처진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선의의 경쟁상대가 되기도 한다.


어릴 때는 싸우거나 의견이 부딪히는 일이 잦다. 3년 터울 남매는 어린 시절 거의 매일 싸웠다. 소리도 질러보고, 타일러도 보고, 둘 다 화성으로 날려버린다고 협박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둘이 싸우면 엄마와 함께 무릎을 꿇렸다. 자식을 잘못 키웠으니 나도 무릎을 꿇는 거라 설명했다. 발이 저리다 못해 감각이 둔해져도 코에 침을 바를 수가 없다. 체면이 안 서니 말이다. 왜 싸웠는지 큰 아이부터 말할 기회를 줬고, 작은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할 때까지 절대 말을 끊지 않았다. 너 꿈이 뭐야? 노벨상 타는 거요. 노벨상 탈 사람이 이렇게 작은 일로 동생이랑 싸워? 넌 꿈이 뭐야?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어서 엄마를 제일 먼저 태워주는 거요. 작은 아이의 순진무구한 대답도 절대 웃어서는 안 됐다. 큰 꿈을 꾸는 사람은 사소한 걸로 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소 귀에 경 읽기였다.


가장 효과를 봤던 방법을 소개한다. 회초리를 준비하고, 손을 내밀라고 한 다음, 맞을래? 반성문 쓸래?라고 묻는다. 0.1초 내에 반성문이요!라고 다급히 대답한다. 그런 다음 흰색 A4 종이와 연필만 가지고, 각자 다른 방에 들어가 상대방의 장점 100가지를 쓰라고 한다. 생각보다 몹시 힘든 과제다. 누나의 톡 튀어나온 앞니가 너무 귀여워요.라는 백 번째 문장에 한참을 웃었다. 처음에는 한 시간 걸리던 반성문이 나중에는 30분이면 뚝딱 완성됐다. 나중에는 외모, 성격, 옷차림, 친구관계 등으로 구분해서 25개씩 장점을 적는 요령도 생겼다. 구분기준을 정하는 요령과 문장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후기도 들었다. 그 반성문들은 아직도 버리지 않고 모두 고이 간직하고 있다. 결혼하고 집에 놀러 오면 피식 웃을 수 있도록 스크랩을 해두었다.


물론 부모의 말이 먹히는 저학년 때나 가능한 방법이다. 고학년이 되면 둘의 갈등에 절대 개입해서는 안된다. 양쪽의 속상한 마음만 들어주면 된다. 부모가 한쪽 편을 드는 순간 상대에 대한 미움과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이 동시에 커진다. 둘 다 사춘기라면 가급적 대면 시간을 줄이는 게 가장 좋다. 작은 아이는 기숙사 생활 3년 후. 싸우던 누나와 절친이 되었다. 지금은 전공까지 같아서인지 가끔 학문적인 대화도 하고, 고민도 같이 나눈다.


형제자매가 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중립적인 태도이다. 누가 잘못했는지가 아니라 왜 싸우게 됐는지를 이해해 주고, 부모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에만 나서야 한다. 싸움이 격해지면 우선 떨어뜨려 놓고 진정할 시간을 주자. 자주 싸우는 이유를 파악해서 규칙을 정해두거나, 싸우지 않고 잘 협력했을 때 부모가 칭찬해 주면 긍정적인 행동이 강화된다. 하지만, 폭력이 심하거나 위험한 상황이면 부모가 반드시 즉각 개입해서 안전을 지켜주는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있다. 자주 싸운다는 뜻이 아니라, 형제자매 사이의 갈등과 해결이 성장과정에서 중요한 배우의 기회가 된다는 의미이다. 싸움을 꼭 나쁘게 볼 것만이 아니라 감정표현과 조절을 배우고, 인내와 배려를 배우는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상대방의 100가지 장점 적어보기, 제법 효과적인 양육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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