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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아이에게 최고의 친구

기르되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

by 카리스마회사선배

들 5학년 때 축구대회에서 무릎을 크게 다쳐 한 달이나 학교를 못 갔다. 밝았던 아이는 말수가 크게 줄고 우울해했다. 요즘 괜찮아? 엄마가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갖고 싶은 거 있니? 한참을 망설이던 아이가 말했다. 강아지가 갖고 싶어. 의외의 소원에 순간 당황했다. 내 일이 엄청나게 늘어날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남매의 스마트폰을 2G로 바꾸는 조건으로 예쁜 포메라니안을 입양한 순간부터 염려는 현실이 되었다. 그래도 생후 2달밖에 안된 아기 강이지는 정말 귀여웠다. 크게 짖어 이웃에 피해를 주는 일도 없었고, 실외배변만 해서 집에 배변판도 없을 만큼 깨끗했다. 365일 산책을 나가야 했던 것 말고는 천사 같은 아기였다.


11년간 사랑과 기쁨을 주던 우리 강아지가 3주 전 하늘나라로 떠났다. 나이가 들어 심장이 커지면서 폐를 눌렸고, 한동안 고통스러운 기침에 시달리다 갑작스레 떠나 버렸다. 기쁠 때, 슬플 때, 속상할 때, 즐거울 때 늘 결을 지키던 강아지가 없어지니 집이 텅 빈 것 같았다. 피나게 물려도 슬리퍼로 때리지 말 걸, 생일 챙겨줄 걸, 바다를 한 번이라도 보여줄걸. 모든 게 다 후회와 미안함으로 몰려왔다. 한 번 핥아줄 때마다 엄청 생색내던 강아지가 요 며칠 이상하게도 볼 때마다 핥았다. 손을, 얼굴을, 다리를 정성껏 핥는 거였다. 힘들어, 그만해 아가. 뒤늦게 알게 되었다. 강아지가 사람을 핥는다는 건 주인과 같이 있고 싶다는 뜻이었다는 걸.. 가슴이 미어졌다. 떠날 날이 가까웠다는 걸 직감하고 하루라도 같이 있어 달라는 몸짓이었던 거다. 이제는 별이 되어 버린 우리 강아지.. 잘 살고 있는 거니?


알레르기만 없다면 반려동물은 아이들에게 정말 좋다. 누나가 모의고사에서 수학을 망쳤어. 예민했던 재수시절, 큰 아이는 강아지와는 다양한 고민을 나누었다. 소파에서 TV를 보고 있으면 무심히 올라와 엉덩이를 스르륵 붙여 따뜻한 온기도 나누었다. 술 먹고 지쳐 늦게 들어와도 현관에서 뱅글뱅글 열 바퀴를 돌며 반겨주었다. 아이들 다 크고 웃을 일이 별로 없을 때 강아지 재롱에 깔깔댈 수 있었다.


강아지를 키우면 언어무용론을 인정하게 된다. 인간의 언어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깊은 사유를 강아지는 눈과 몸짓만으로 가능하다. 사람의 말로 주고받는 상처도 강아지는 없었다. 걱정을 가장한 독한 말도, 어색한 침묵으로 눈치를 보게 하지도 않았다.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면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입양비. 중성화 수술, 용품구입, 사료, 배변패드, 강아지 미용, 장난감에 의료비까지 아마도 평균 수명 15년 기준 최소 2천만 원 이상 드는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일 년 정도는 수백 만원을 썼다. 병원 입원비, 산소방 사용비, 약값. 정기검진비까지 합하면 한 달에 백만 원은 족히 든다. 보험료도 비싸고, 그나마 면책조항도 부지기수다.


그래도 강아지는 돈으로 줄 수 없는 커다란 기쁨과 행복을 우리에게 선물해 준다. 사춘기 아이는 반려동물이 주는 무조건적인 애정에 안정감을 느낀다. 동물의 기분과 상태를 살피면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도 배우고, 먹이를 주고 산책도 시키면서 책임감도 기를 수 있다. 쓰다듬고 같이 놀면서 온기를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 특히 외동아이한테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된다. 반려동물을 키워야 할까 고민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키워라. 물론 각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충분히 상의를 해야 한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반려동물은 축복이다, 이유 없이 삐져있는 배우자보다 낫고,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잘난척하는 자식보다 훨씬 낫고, 걱정해 주는 척 염장 지르는 친척보다 백 배 낫고, 필요할 때만 쪼르륵 달려오는 친구 선후배보다 천 배 낫다. 무지개를 타고 떠난 우리 예쁜 강아지, 꽃 만발한 정원에서 온몸에 흙범벅되어 신나게 뛰어놀고 있기를, 그러다 가끔 우리를 떠올리며 미소 짓기를.. 오늘도 사무치게 그리운 눈물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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