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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대청소하기

정리정돈 잘하면 공부도 잘해

by 카리스마회사선배

일요일은 대청소날이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베개커버를 새로 바꾸고, 침구 청소기로 매트의 먼지와 진드기를 빨아들인다. 거실과 방에 이리저리 뒹구는 옷과 물건을 제자리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한다. 욕실 바닥은 솔에 치약을 묻혀 타일 줄눈이 하얗게 되도록 문지르고, 꺾인 솔로 변기 안쪽까지 반짝반짝 닦는다. 흰 빨래와 속옷은 표백제에 한 시간 정도 담가 놓았다가 세탁기를 돌리고, 어두운 옷은 별도로 모아 세탁한다. 창틀 흙먼지는 물에 적신 신문지와 물걸레로 닦아내고, 거울 얼룩도 유리세정제를 이용해 없앤다. 베란다 물청소를 한 다음 쓰레기까지 분류해 버리고 나면 족히 두어 시간은 걸린다.


결혼 후 수십 년간 계속된 루틴이다. 물론 간단한 청소는 매일 하지만, 집 안 구석구석 먼지를 없애는 대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도 맞벌이에게는 벅찬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봐 온 아이들도 책상 정리하기, 신발장 정리하기 등 각자 맡은 역할을 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물론 평소에는 방이 엉망이어서 잔소리를 듣지만, 대청소할 때만큼은 협조를 한다. 가끔 너무 피곤하면 귀찮고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여행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 주도 거른 적이 없었다. 깨끗하게 정돈된 집을 보면 상쾌해지고, 다음 일주일의 원동력이 된다.


정리정돈된 집은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도 심리적, 정서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정돈된 공간은 시각적 자극이 적기 때문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쉬워진다. 책상 위가 깔끔하면 숙제나 독서에 더 몰입하게 되듯이 말이다.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운 환경은 아이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지만, 정리된 공간은 예측 가능한 안정감을 준다. 물건의 자리가 정해져 있다는 것만으로 이 집은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정리 습관이 생기면 아이는 자기 물건을 스스로 관리하는 책임감을 키우게 된다. 또, 놀고 난 뒤 장난감을 제자리에 두는 것은 자기 조절력의 첫출발이며, 물리적 공간이 깔끔하면 머릿 속도 더 정돈된 상태가 되어 창의적인 사고가 활발해진다.


정리정돈 습관은 유아기부터 놀이처럼 가르쳐야 한다. 누가 더 빨리 장난감 제자리에 두나 게임을 하고, 정리할 때마다 칭찬해 주며, 글씨나 그림 스티커로 물건의 자리를 표시해 정리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 초등 저학년이면 책은 책꽂이에 꽂고, 공책은 서랍에 넣는 등의 정리 기준을 부모님과 함께 정하라. 그 기준에 맞춰 잠자기 전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초등 고학년이 되면 본인만의 공간을 마련해 주고, 스스로 정리하고 꾸미도록 하여 주인의식이 생기게 해야 한다.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부모가 절대 대신해서는 안되며, 도움이 필요할 때만 나서줘야 한다. 초등 고학년까지만 정리습관을 들여주면 청소년기부터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하게 된다.


너무 완벽한 정리를 강요하지 말고, 정리 정돈하는 것이 습관으로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면 충분하다. 일주일에 가족 다 같이 대청소를 하는 것도 아주 좋은 본보기이자, 살아있는 교육이다. 논문을 찾아보진 않았지만, 경험상 정리정돈을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하는 것 같다. 공부도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교육은 부모가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온 가족이 대청소를 한 후, 짜장면을 시켜 먹을 때의 보람과 개운함을 후배들도 느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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