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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말 수학성적에 주목하라

공부는 재능이자 습관

by 카리스마회사선배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 아이 키우면서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말이다. 우리 아이가 공부에 재능이 있는 걸까? 지금은 이래도 나중에라도 잘하게 될까? 공부에 흥미도 없는데 계속 학원비만 쓰는 게 맞나? 학원을 끊자니 불안하고, 공부를 안 하니 헛 돈을 쓰는 것 같아 속이 쓰리다. 요즘은 시험도 보지 않아 아이의 정확한 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계속 게임과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아이, 잔소리를 하니 점점 사이만 나빠진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4학년 말 수학 성적이 어느 정도 판단기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위 10% 안에 든다면 공부에 재능과 흥미가 있는 아이다. 왜 하필 4학년일까? 수학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3학년 까지는 사칙연산의 계산 중심이었지만, 4학년부터는 분수, 소수, 도형의 넓이와 각도 등 개념중심으로 바뀐다. 단순 계산이 아니라 이해와 사고력이 필요한 문제가 많아지고, 분수는 한 조각이 아니라 전체 중의 비율을 의미하는 등 추상적인 개념도 늘어난다.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니 급격히 어려워지는 것이다. 문장제 문제가 늘어나 문제 읽기 능력인 독해력의 중요성도 커진다. 문제 이해력이 떨어져 틀리는 경우가 많아진다. 스스 생각하고 설명해야 하는 활동과 문제가 늘어나면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과 자기주도학습이 되어있지 않으면 몹시 당황하게 된다. 즉, 4학년 수학이 급격히 어려워진다기보다는 그동안 쌓여있던 이해 부족과 약점이 누적되어 이때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만약 우리 아이가 공부에 영 소질이 없다고 판단되면, 교육의 핸들을 틀어보자.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잘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자. 무엇을 할 때 다른 재능이 보이는지, 관심분야가 무엇인지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어떤 아이는 손으로 만드는 걸 잘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걸 잘하고, 그림이나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걸 잘한다. 러시아의 유명 발레단인 마린스키발레단에 솔로이스트로 입단한 전민철이 떠오른다. 춤추는 걸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아빠는 춤추면서 행복해하는 내 모습이 안 보여?라고 했던 장면 말이다. 지금은 최고의 자리에서 행복하게 춤추며 세상을 정복해 나가고 있다.


아이에게 왜 공부 안 해?라고 묻지 말고, 뭐 할 때가 제일 행복해?라고 물어보자. 물론 게임할 때, 잠잘 때, 친구들과 놀 때라는 세 가지 답 아니면, 쳐다도 보지 않고 아, 몰라! 퉁명스러운 대답만 돌아올 것이다. 그래도 한숨 쉬지 말고, 심호흡하자. 등짝 스매싱도 절대 안 된다.


찬물 한잔 들이켜고 숨 한 번 고르고 나서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킬 계획을 짜보자. 만들기, 영상편집, 요리, 음악, 코딩, 동물 돌보기 등을 직접 하게 하면서 흥미를 찾게 하자. 그림대회나 학교 행사 등에 참여하게 해서 작은 성공경험을 만들어 주자. 진로캠프, 직업 체험관, 유튜브 직업 인터뷰 등을 통해 공부 외의 길도 많다는 걸 보여주자. 처음에 싫다고 하면 용돈으로 살살 꼬셔서라도 다양하게 체험시켜야 한다. 학교 성적은 잠시 미루고, 다양한 경험과 배우는 태도 자체를 칭찬하자.


공부는 재능이자 습관이다. 기억력, 집중력, 이해력은 분명히 선천적인 차이가 있다. 똑같이 가르쳐도 습득 속도가 몹시 빠르거나 기억을 명확하게 오래 하는 아이가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습관이다. 아무리 선천적인 재능이 출중하다고 해도 공부하는 습관이 저학년 때 잡히지 않으면 공부를 잘할 수는 없다. 학원은 공부에 재능이 넘치고 습관도 잘 잡혀있는 학생들 위주로 커리큘럼과 평가체계가 잡혀있다. 그래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뒤처졌다는 불안감을 심어주어 더 많은 원생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원은 불안감으로 돈을 버는 곳이다. 그런 곳에 공부에 흥미도 없는 우리 아이를 강제로 집어넣어 스트레스받게 하지 말자.


세상이 바뀌었다. 덕업일치가 되도록 아이를 이끌어보자. 아이가 조금이라도 흥미 있어하는 분야를 찾는 것으로 목표를 바꿔보자. 뒤늦게 공부에 흥미를 갖고 열정을 불태우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드물다. 공부에서 아예 손 놓치는 말되, 억지로 등 떠밀어 학원을 보내진 말자. 그 아까운 시간에 아이가 좋아하는 경험을 하게 해서 스스로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 그게 아이를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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