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와 책임은 단호히
여자는 몸을 함부로 굴리면 절대 안 되여. 평생 귀가 닳도록 들었던 엄마의 쇠뇌 덕분에 나
는 남편이 처음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뭘 그리 중요하다고 꼿꼿이 버텼는지... 자유롭게 연애
하고, 그게 흠이 되지 않는 현시대의 젊은이들이 참 부러울 따름이다. 내가 자랄 때는 성교육이 없었고, 미디어도 발달되지 않았다 보니 성에 대한 지식도 빨간책(당시 유행하던 로맨스 소설)으로 독학했다. 둘 만의 궁극적인 세계로 빠져들었다라고 끝맺었던 그 문장에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 수업시간에 혼자 얼굴이 빨개지곤 했다.
그때는 성이라는 단어 자체를 금기시하거나 부끄럽게 여겼다. 성교육을 하더라도 임신과 성병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이 많았고, 주로 하지 말라는 금지 중심의 교육이었다. 생식기 구조를 중심으로, 월경, 임신, 피임을 위주로 한 설명이 다였고, 주로 이성 간의 관계가 주된 주제였다. 지금은 인권이나 존중을 바탕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건강하게 이해하고 선택하라 주의다. 성 정체성에 대해 얘기하고 성폭력 예방과 디지털 성범죄까지도 주요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
그렇더라도 아이를 키우다 보면 현실적으로 고민이 된다. 마냥 아기 같던 아이에게 2차 성징이 하나둘씩 나타나면 놀랍고 당황스럽기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여자아이는 생리를 시작할 무렵, 남자아이는 수염이 날 무렵부터 몸과 행동이 바뀐다. 여아는 몽우리가 잡히면서 가슴이 발달하기 시작해서 보통 만 10~13세 정도에 초경을 시작한다. 누가 팔꿈치로 툭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아팠던 기억이 난다. 허리는 가늘어지고 엉덩이가 커지며, 피지분비가 늘어나 여드름이 생긴다. 남아는 키와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목소리도 굵어지고, 체모가 발달한다. 피지분비가 늘면서 여드름도 생기고 처음으로 몽정을 하기도 한다. 여아는 첫 생리를 하면 엄마나 언니가 생리하는 이유와 생리대 사용법, 처리법 등을 가르쳐 준다. 남아는 아빠가 불러다 이것저것 설명해 주는데, 쑥스러운 나머지 말 안 해줘도 다 알게 돼. 하며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성장하면서 생기는 신체의 변화는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는 게 좋다. 놀리거나 터부시 해서는 안된다. 성이 부끄럽고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건 절대 금물이다. 징그럽다고 해서도 안된다. 귀여운 아들이 코 밑이 시커메지더니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해도, 방 구석구석에 돌돌 만 휴지가 감춰져 있어도 호들갑을 떨거나 비난해서는 안된다. 뒤처리를 계속 제대로 안 할 경우만 아빠가 조용히 불러 타이르는 정도가 좋다. 샤워를 왜 이렇게 오래 하냐고 소리치며 욕실문을 마구 두드리는 것도 금지다.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존중해 주자. 봐도 못 본 척, 들려도 안 들리는 척해주자. 여아도 가슴에 몽우리가 생겨 아파할 때부터 그 마음을 이해해 주고, 생리통이 심할 때는 약을 먹이거나 따뜻한 걸 배에 대주자. 생리대 처리를 잘못할 때도 공개적으로 혼내지 말고 조용히 불러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아기는 말이야, 남자의 정자와 여자의 난자가 만
나서 그중 제일 힘센 놈이...라는 상투적이고 생물학적인 설명은 학교에서 다 해주니 굳이 다시
할 필요가 없다. 남녀가 서로 사랑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에 대해 이해시키고, 그 결과와 책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 것이 더효과적이다. 사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딱히 성교육을 해 주지는 않았다. 굳이 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하고 있구나라고 느낀 건, 성인이 된 후 우연히 가방 속을 들여다봤을 때였다.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많은 생각이 스치면서 여러 가지가 궁금했지만, 꾹 참고 물어보지 않았다. 그 후로도 믿고 맡기되 그 결과와 책임에 대해서는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성교육은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서로에 대한 존중이 핵심이다. 내 몸을 알고 타인을 존중하며 건강하게 소통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