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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는 그냥 내버려둬라

미소 지으며 참는 손흥민처럼..

by 카리스마회사선배

어느 날 아침, 귀여운 아들 방을 열었는데, 훅!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뭐라 표현은 어렵지만 구역질이 날 것 같다. 당황하지 말자. 사춘기 아이들의 체취는 바로 호르몬 때문이다. 사춘기가 되면 성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고, 신체 변화가 일어난다. 아기 때는 거의 활동하지 않던 아포크린 땀샘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활발해진다. 이 땀샘은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주로 분포하는데, 이 땀 자체는 원래 냄새가 없다. 피부세균이 이 땀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지방산이나 암모니아 같은 냄새 유발 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이게 바로 사춘기 냄새, 암내(액취증)이다. 또 청소년기에는 피지선의 활동도 왕성해져 피지분비가 늘어나는데, 이것도 화학물질을 만들어 냄새를 유발한다. 들큼하고 향기로운 아기냄새가 역한 치즈냄새로 바뀌는 것이다.


코를 막거나 노골적으로 지적하지 말고, 차분히 호르몬 변화를 설명해 주자. 본인은 못 느낄 수도 있으니 비누나 바디워시로 겨드랑이, 귀 뒤, 목 뒤 등을 꼼꼼하게 씻게 하고 땀 흘린 옷은 즉시 갈아입게 하자. 속옷과 양말도 매일 새것으로 착용하게 하고, 데오도란트 등 냄새 억제제를 사용하게 하자. 냄새가 너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사춘기가 되면 귀엽고 착한 아이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잠그는 것을 시작으로, 내가 알아서 할 게를 입버릇처럼 말한다. 질문을 하면 단답식이고, 항상 입을 댓 발 내밀고 화가 나 있다. 저 누무시키가... 뒷 골이 뻐근해지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게 치밀어 오르지만, 참자. 최근에 열린 LAFC와 오스틴 FC 경기가 있었다. 상대팀 산체스가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어깨를 의도적으로 들이받고, 위험한 발목태클을 걸고, 돈 보고 미국에 온 놈이라고 조롱했어도 손흥민 선수는 미소로 참았다. 우리가 손흥민의 200억 연봉은 못 벌지만, 아이들은 200억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자. 꾹 참고 미소지으며 그저 하루하루 집에만 들어와 주는 것에 감사하자. 개인차는 있지만 3년 정도다. 도를 닦는다 생각하고 참고 또 참자.


우리 아이들은 사춘기를 특이하게 보냈다. 반항보다는 평소와는 몹시 다른 모습을 보였다. 딸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우습다며 자꾸 웃어댔다. 횡단보도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고 아무도 보지 않는데 차들이 약속한 듯 멈추는 게 귀엽다고 깔깔거렸다. 나무에서 버려진 것도 모르고 바람 따라 낙엽이 여기저기 춤추고 다니는 게 바보 같다고 또 깔깔댔다. 학업 스트레스 때문인가 싶어 병원 상담도 예약했다. 아들은 부모에게는 괜찮았으나, 누나에게 유독 예민하게 굴면서 자주 다투었다. 거의 매일 싸웠다. 인생이 재미없다며 춤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3개월간 나와 같이 셔플댄스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여아는 만 10~11세, 남아는 보통 만 12~13세경으로, 사춘기는 호르몬 변화와 함께 신체적 변화, 심리적 혼란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시기이다. 이때를 잘 넘기는 게 어른이 되는 첫 관문이다. 생식능력이 생기고, 신체가 발달하며 인생에서 두 번째로 키가 급격히 자란다. 동시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추상적 사고를 하며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고, 부모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또래 집단과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등 사회적 관계가 확장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물론 절대 넘어서는 안 될 선은 있다. 신체적 폭력, 언어폭력, 패륜, 불법 및 위험행동 등 자신과 타인의 안정과 존엄성을 해치는 일을 하면 아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최대한 자율권을 주고 믿고 기다려 주자.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거나, 가끔 쪽지 편지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겸연쩍어하거나 퉁퉁거려도 지나고 나서는 다 고마워한다. 아이들의 사춘기를 손흥민처럼 미소 지으며 꾹 참았다가, 곧 맞을 갱년기에 맘껏 복수하자. 쫌만 기다려, 이 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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