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
아들은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걱정 어린 말을 들었다. 아이가 다 좋은데, 친구를 잘못 사귀는 것 같아요. 전교 꼴찌들하고만 친하게 몰려다녀 너무 걱정됩니다. 나도 조금 걱정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 선생님 말씀을 전했다. 그게 어때서? 걔네들이 얼마나 착하고 재밌는데. A는 공부는 싫어하지만, 권투를 정말 잘해. B는 국어는 못하지만 수학은 박사급이야. C는 집이 엄청 부자인데도 절대 잘난 척하지 않아. 아들은 친구 한 명 한 명을 들며 장점을 말해 주었다. 부끄러웠다. 학교 성적만으로 좋은 친구다 아니다를 생각했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어른들인가? 그 이후로 자녀의 친구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요즘도 군대 휴가를 나올 때마다 아들은 중학교 친구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오히려 입시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던 고등학교 친구들보다 훨씬 편하게 속마음을 나눈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친구문제도 큰 고민거리다.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할까? 먼저, 성공을 질투하지 않고 함께 기뻐해 주며, 어려울 때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친구다. 살다 보면 좋은 일, 기쁜 일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또, 생각이 깊고 진심으로 대해주는 친구, 자신만의 목표가 있어 꾸준히 노력하는 친구, 항상 밝고 유쾌해서 곁에 있으면 즐겁고 편안해지는 친구가 좋은 친구다. 물론 이런 친구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일생에 한 두 명이면 족하다.
다양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다. 친구를 통해 세상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친구를 만나면 세상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느끼게 된다. 시야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유연하고 넓은 사고방식이 생긴다. 다양한 성격과 성향의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맞추는 능력도 길러진다. 예술성이 있는 친구에게서는 감성을, 사업감각이 있는 친구들에게서는 현실감각을 배운다. 각기 다른 친구들이 다양한 면을 이끌어내 주면서 결국 본인도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
살아보니 주변 사람 10명이 인생을 바꾸더라. 평생 해당하는 말이지만, 감수성이 특히 예민한 학창 시절은 그 영향력이 더 크다. 단순히 친구 수를 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인간관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의미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들의 생각, 말투, 습관, 가치관, 경제 수준, 태도, 에너지 등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느냐에 따라 사고방식, 행동, 그래서 결국 인생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하느냐는 결국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와 깊이 연결된다. 비숫한 친구는 편하게 만들고, 다양한 친구는 성장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을 기억하자.
아이가 꼴찌와 친해도, 어려운 환경에 있는 친구와 친해도 기존 선입견으로 개입해서는 안된다.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존중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친구들이라면 나머지는 따지지 말자. 그 속에서 우리 아이도 나름의 방식으로 배우고 성장하고 있음이 분명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