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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성향에 맞게 키워라

타고난 기질 파악하기

by 카리스마회사선배

엄마, 나 사랑해? 큰 아이는 고등학교까지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하는지 확인받고 싶어 했다. 넌 몇 살인데 자꾸 그런 걸 묻니? 하도 물어대니 짜증 섞인 답으로 돌아갈 때가 많았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남자 친구도 생기고 나니 요즘은 전혀 물어보지 않는다. 넌 인생 통틀어 언제가 제일 힘들었어? 우연히 딸에게 물었을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등학교 때라 말했다. 과학이라고는 관심도 없다가 하필 과학중점학교에 배정받아 내신등급을 따는데 엄청나게 고생했고, 몇몇 친구에게 따돌림까지 당해서 너무 힘들고 외로웠다고 했다. 그렇게 힘들 때 엄마의 사랑만이라도 확인받고 싶었던 거였다. 따뜻하게 눈동자를 맞추고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사랑한다고 말해줄걸.. 후회가 밀려왔다. 어쨌든 딸은 이렇게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며 자랐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 아들에게, 주변에서 자꾸 교육비결을 묻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라고 물었다. 다른 엄마처럼 내 인생에 깊이 개입하지 않았던 거. 만약에 시시콜콜시켰으면 난 아예 연필을 놓았을 걸.. 쿨하게 말하는 아들 말에 서운함인지 안도감인지 모를 감정이 들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매우 자존감이 강했다. 뭐든 혼자 하려 했고, 오히려 관심을 주면 부담스러워했다. 사랑한다는 말은 일 년에 한 번 어버이날 편지 속에서나 가끔 나올까 말까였다. 아들은 그렇게 독립적인 아이였다.


뭐든 같이 하려는 아이와 뭐든 혼자 하려는 아이, 같은 뱃속에서 나온 두 아이의 성향은 참으로 달랐다. 큰 아이는 초등 4학년까지 국, 수, 영, 사, 과 모든 과목 목차를 외울 정도로 직접 가르쳤다. 국어 공부하는 법, 수학 공부하는 법을 정리해서 책상 곳곳에 붙여 두었고,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는 직접 뽑아 계속 반복시켰다. 그 결과 초등 4학년까지 전 과목 올 백도 여러 번 나왔다. 그러다 보니 큰 아이는 혼자 하는 공부를 불안해했다. 늘 엄마가 옆에서 코칭을 해줘야 했고, 혼자 공부하는 법을 깨우친 건 중학교 2학년 2학기 즈음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들이 한창 공부할 무렵, 회사 일이 너무나 바빴다. 자연스레 작은 아이는 준비물 한 번 챙겨준 적이 없다. 몇 번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나서는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냈다. 미술 준비물은 5반 친구에게, 체육복은 1반 친구에게 빌렸고, 본인도 친구들이 필요할 때 빌려주는 상부상조로 그럭저럭 학교생활을 했다. 한글을 가르치긴커녕 거의 방목을 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매우 잘된 일이었다. 독립적인 작은 아이의 삶에 하나하나 다 개입했으면 아들 말대로 반항아로 자랐거나 비뚤어졌을 것이다. 반대로 관심과 사랑으로 먹고사는 큰 아이를 방치했다면 삶의 의욕을 찾지 못하고 히끼꼬모리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각자의 개성과 기질을 타고 난다. 그걸 잘 파악해야 한다. 요즘은 표준화된 심리검사 도

구도 잘되있다. 제일 정확한 것은 평소 아이의 행동을 부모가 잘 관찰하고, 주변 사람들의 객관적인 평가와 비교해 보는 것이다. 부모의 눈과 다른 사람들의 눈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질은 타고나기 때문에 양육환경에 따라 성격으로 발달하지만, 근본적인 특성은 잘 변하지 않는다. 기질을 파악하는 것은 아이를 이해하고 맞춤형 교육을 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뭐든지 개인 맞춤형 시대다. 아이도 기질에 맞춰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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