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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제인 Nov 12. 2022

삭제와 리셋

간편하지 않은 인생을 안고


브런치북 하나 만들었던 것을 삭제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에서지만, 내 글에 대한 권태가 느껴지게 되면

나는 어김없이 삭제버튼을 누르는 편이다. 그러나 그 브런치 북 하나를 완성하기 위하여 꾸역꾸역 썼던 10개의 글 뭉텅이, 나의 생각들.. 간편히 삭제를 누르지만 내 마음도 간편히, 후련해 지지는 않는다.


글을 오랜만에 쓴다. 아니, 브런치에 글을 오랜만에 쓰는 것일 뿐이다. 그간 나는 일에 빠질 수 밖에 없었고 독서 모임과 일과 다이어리를 통해서 글을 쓰며 글을 쓰고싶은 욕구를 해소해왔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것은 에세이를 쓰는 것임에도 일정부분 창작의 고통을 느낀다. 나만 보고 마는 글이 아니라서 누군가 언제든 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더욱 신경쓰는 것이리라.


2023년 다이어리를 사면서 나는 2022년을 빽빽하게 채워온 다이어리를 책꽂이에 넣었다. 바쁘게도 살았지만 참 유의미한 2022년이었노라 회고한다. 11월도 채 지나지 않으며 연말도 되지 않았지만.... 좋은 일이 가득했다. 힘든 일들은 그런 좋은 일들에게서 파생된 장애물 정도 뿐이었다.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걸 담을 브런치 글은 1도 쓰지 못했다. 그건 참 아쉬운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요한 글쓰기 방에 새 멤버들도 들어오셨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는 분들의 새 글 알림은 내게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기폭제가 되어준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글 쓰기와 나눔을 소홀히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슬슬 새로운 그림을 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여러가지를 도전하고 해보고자 시도했다. 다행스럽게도 괜찮은 피드백과 결과를 얻었다. 내게 11월은 무척 우울하고 낙담하는 달이라 짐짓 차분해지곤 하는데, 방방 뜨지 않고 이 계절을 차분히 즐긴다. 더구나 오늘은 내 생일이다. 아침부터 미역국 대신 쌓인 설거지를 해야하고 오늘도 일정이 빡빡할텐데 글을 쓰고 있다니.


몇 번의 11월들을 지나며 꿈이라면, 11월만큼은 내가 한국에 없었으면 하는 것이 꿈이었다. 다가오는 연말에 2022년도 좋은 일들이 가득했지만 삭제하고 싶은 순간들도 무척 많았다. 그 때마다 버튼을 누르면서 내 기억을 없애버리면 좋으련만 망각은 그렇게 간편하지는 못하니까 하고 위안삼는다. 컴퓨터의 리셋버튼을 누르면 포맷되고 시작되듯, 내 인생도 그러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러나 인생은 그것마저 안고 살아간다. 간편하지 못한 삶을 이고 지고 업으며 간편하지 않은 채로 살아간다. 좋은 기억들이 가득한 2022년처럼, 더 많이 웃고 행복한 순간들로 채워가는 수 밖에. 해피벌스데이투미. 오늘은 어떤 버튼을 누르고 싶은 기억들로 채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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