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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관찰자 Jul 15. 2016

오사카 사진일지 - 두번째


#여행의 시작은 맥주.

오사카에서 첫 생맥주


사실 일본, 오사카 여행을 가게 된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맥주, 그것도 생맥주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온 친구가 어느 술집에서 아사히 생맥주를 마셨는데 꽃향기가 나고,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서 '아! 그래? 맥주 마시러 가야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를 이어서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안 그래도 여행이 가고 싶고, 더 늦기 전에 일본에 가보고 싶고,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오사카는 방사능에 조금 안전하다고도 하고, 먹방 여행으로 꼽히는 곳에서 시원하고 맛있는 생맥주를 마신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게 행복까지 들먹이며 나 자신과 친구를 꼬셔서 오사카행 비행기를 끊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단순하고 억지스러운 이유들지만 그 때의 나는 진지했다. 그리고 언제나 여행의 시작은 그랬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구경거리






나는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무언가를 볼거리가 있는 곳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게 좋다. 초딩들이 열광할만한 구경거리도,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어른들의 구경거리도 모두 좋다.


여행을 가면 더 좋아진다. 구경거리의 종류는 정해져있지 않고, 남들이 알아줄만큼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장난감, 옷, 식자재, 서점, 시장, 마트, 그냥 지나다니는 사람들. 여행을 가면 모든게 구경거리가 된다. 북적거리고 요란하지 않고, 특별하지 않고, 너무나 일상적인 모든 것들.


비행기타고 거기까지 갔는데 남들이 알아주는 핫플레이스를 찾아 다녀도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이 궁금하고 우리의 일상과는 뭐가 다를까 지켜보는 아니 관찰하는게 재밌다. 짧게나마 이곳의 사람들의 일상을 눈으로 보고 즐길 수 있는 그런 구경거리. 나에게는 이런 기억들이 더 선명하게, 더 오래 남는다.



난바에서 덴덴타운 가는 길, 식자재전문 상가거리














#자전거


사진들을 봐도 알겠지만 일본에는 자전거를 정말 자주, 많이 볼 수 있다. 자전거 없는 집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사카에 있는 동안 꼭 찍고 싶었던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이 뭐냐면 사람이 타고 있는 자전거 사진. 집이나 가게 앞에 세워진 자전거의 사진을 몇 장 찍고보니 여백의 미에 감성이 담겨있지만 뭔가 도전의식을 불태우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미션으로 정해놓고 사람이 타고 있는 자전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람이 타고 있는 자전거를 찍기란 쉽지 않았다. 분명히 저 멀리에 있었는데 카메라를 꺼내는 사이에 바로 앞에 와 있거나 이미 나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달려오는 자전거를찍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가라호리 골목에서 자전거 고수들을 만났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달려오는 자전거 부대들. 사람들은 너무나 태연하고 편안하게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에는 자전거 핸들을 쥐고서 지나갔다. 아줌마도, 아저씨도, 할아버지도, 아이를 태운 엄마도 그 어떤 어색함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달려지나갔다.


그런 고수들을 보며 비 오는 날의 일본 사람들은 자전거를 저렇게 타는구나. 나도 비 오는 날에 여기 사람들처럼 한 번 타볼까 하는 생각이 상상으로 이어져 우산을 들기도 전에 넘어져 어딘가 부러지거나 피가 나는 내 모습이 머릿 속에 그려졌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잠시 빌려서 타고 싶던 노란 자전거




#오사카라면 볼 수 있는 것들

랜드마크, 글리코 아저씨.





우메다 햅파이브 관람차



우메다 공중정원에서 본 야경









#잘 먹었습니다

스시가 정말 맛있던 곳!








고기육수가 찌이인한 라멘과 군만두


나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 주변에 이미 친분이 있는 사람은 주관적인 감정이 담겼지만 호기심이 부족한 눈으로 관찰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르다. 객관적일 수 밖에 없고, 호기심이 가득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여행을 가면 더욱이 그렇다. 이번 여행에서는 음식점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안내해주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게 됐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메뉴는 서로 다르지만 손님을 대하는 친절함과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그 사람들의 주변에는 무언가가 반짝이는 서로 닮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음식의 맛도 좋았다. 또 먹고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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