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은 마음의 모국어
팀장님은 왜 저렇게 날 몰아붙일까.
A 씨는 매일 출근길에 한숨을 쉬었다. 프로젝트가 조금만 늦어도 보고서의 글자 하나만 틀려도 팀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왜 이렇게 늦어요?”
“이 부분은 왜 아직도 미완성이에요?”
A 씨는 팀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졌다.
‘나를 싫어하나 봐. 나만 유독 까다롭게 대하는 것 같아.’
그래서 회의 때마다 표정이 굳었고, 점점 말수가 줄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기질 심리 워크숍이 열렸다. 마지못해 참석한 자리에서 A 씨는 팀장과 자신의 기질이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팀장은 속도와 결과를 중시하며 말투가 단호하고, 표현이 직선적이다. 반면 A 씨는 안정과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말을 할 때도 상대의 감정을 먼저 살핀다.
팀장이 “이건 왜 늦어요?”라고 말했을 때, 그건 비난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관심 표현이었다. 하지만 A 씨에게는 “넌 항상 부족해”라는 정서적 비난으로 들렸을 수 있다.
팀장님이 나를 싫어했던 게 아니라,
나와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었던 거구나.
그날 이후, 그녀는 팀장의 말투를 다르게 해석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무섭다고 느꼈다면 이제는 열정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며칠 후, 팀장이 말했다.
“요즘 보고서 퀄리티가 좋아졌어요. 그리고 표정이 밝아졌네요.”
A 씨는 미소 지었다. 사실 달라진 건 보고서가 아니라 마음의 해석 방식이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언어를 쓰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마음의 언어가 숨어 있다. 누군가는 속도의 언어로, 누군가는 관계의 언어로, 또 어떤 이는 논리의 언어, 감정의 언어로 세상을 해석한다. 그래서 상대의 말이 아무리 옳아도 내 마음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으면 상처로 들린다. 그리고 그 상처는 결국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다.
기질은 단순한 성격 유형이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을 표현하고, 상처를 느끼는 ‘마음의 모국어’다. 상대의 언어를 이해하면 관계가 바뀌고, 나의 언어를 이해하면 삶이 바뀐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석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A 씨가 그랬듯이 상대의 말투를 비난이 아닌 기질의 언어로 번역하면 갈등은 대화로, 불편함은 이해로 바뀐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나를 향한 공격이 아닌
다른 언어로 건넨 관심이었을까?
관계가 바뀌는 건 거창한 사과가 아니라 작은 이해의 순간이다. 우리는 타인을 바꾸는 법을 배우기 전에 그 사람의 마음 언어를 번역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기질을 이해하는 첫걸음이자,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출발점이다.
기질이 만든 관계의 원리를 더 깊이 알고 싶다면,《관계와 삶을 바꾸는 기질 심리학》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기질은 관계를 바꾸는 마음의 언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