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혼여행기 4 - 애니멀킹덤
2023/10/04
♥ 디즈니월드 둘째 날
눈 뜨자마자 전체 파크 중 오픈시간이 가장 빠른(7시) 애니멀킹덤으로 향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풍경은
우리의 잠을 확! 깨게 하였으니.
짜잔.
라이온킹 애니메이션 배경의 실사판인 짱 큰 바오밥 나무.
마침 우리가 갔을 때 수많은 새들이 다녀가는 공연이 진행 중이었다.
너무 너무 멋지잖아!
애니멀킹덤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숲 같았다.
아무리 디즈니월드 4개의 파크가 각각 하나의 놀이공원만 하다고는 하지만, 어쩜 이렇게 완전히 다른 곳에 온 것처럼 분위기가 확확 바뀔 수 있는지 참 신기했다.
전날 갔던 매직킹덤-할리우드스튜디오와는 전혀 다르게 '자연 그 자체'를 걷는 느낌이랄까.
탁 트인 뷰와 함께 하는 이 광활함! 시원함!
때마침 날씨는 또 어찌나 좋은지.
바로 지금 이 순간. 아무 걱정 없이 이곳에 와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했다.
저 멀리서는 히말라야산이 보였다.
보이는가? 저 산으로 향하는 롤러코스터가?
저 봉긋 솟아오른 산 봉우리는 어떤 곳일까 하는 궁금함에 우리는 무작정 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가까이서보니 저 산은 진짜로 '에베레스트'를 모티브로 하고 있었고,
그리고 멀리서 봤던 롤러코스터는 에베레스트 산맥을 오르는 콘셉트의 어트랙션 '익스페디션 에베레스트'였다.
오픈런이었던 덕에 크게 기다리지 않고 놀이기구를 탔다.
내부 대기공간은 실제로 산행을 앞둔 기분이 들도록 망원경과 등산일지 등 세세한 조형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 덕에 탑승을 기다리는 시간도 지겹지 않았다.
실제 함께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기분이었다고 하면 오버일까 ㅎ (물론 평지를 걷는 것임)
이 롤러코스터는 중간에 반전(?)이 있었는데,
바로 앞으로 갔다가.. 방향을 바꿔서 뒤로 가는 것이었다.
롤러코스터가 쭉- 가다가 갑자기 벽에 가로막혀서 당황.
앞자리 흑인 아이가 "We are going back!"이라고 해서
오빠가 "For Real?"이라고 하니 그 아이가 "YES!!!!"
짧지만 강렬한 영어 대화를 나눴던 기억 ㅋㅋㅋㅋㅋㅋㅋ
스릴 있고 짜릿했다!
다만 무서운 놀이기구 싫어하시는 분들은 타면 안 될 것 같다.
애니멀킹덤에 왔으니 그 유명하다는 사파리에도.
호랑이문양 버스를 타고 곳곳을 다니면서
기린, 얼룩말, 코끼리, 사자 등 웬만한 동물 친구들은 다 만났다.
동물애호가이신 오빠가 특히 신이 나셨다.
드넓은 곳에 뛰어노는 이곳의 아이들이 한국 동물원에 갇힌 아이들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점심을 먹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존'으로 이동했다.
대륙을 이동해 실제 아프리카에 방문한 것처럼 분위기가 또 한 번 확 바뀌었다.
자, 오빠가 좋아하는 거 했으니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거 할 차례.
바로바로 밥 먹기~
사실 나는 애니멀킹덤에서 Tusker House에 꼭 가고 싶었는데, 역시나 예약이 필수인 곳이라 반포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혹시나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식당 앞에 가서 한참을 쭈뼛거리다 입장 가능하냐고 물어봤더니.
천사 같은 직원이 너무나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Sure. Follow me!"
감격 ㅠ_ㅠ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바로 입장했다.
아프리카 한 부족의 잔치에 온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실내.
음식은 뷔페였는데, 스스로 가져다 먹는 건 아니고 서버가 갖다 주는 형태였다.
우리도 나름 '음식 좀 치는' 부부지만, 미국 스케일은 따라가기 불가.. 다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양이 많았다.
한창 식사를 하고 있던 그때, 풍만한 엉덩이를 흔들며 테이블을 돌아다니는 도날드덕과 구피를 만났다.
저 멀리서 데이지와 미키, 미니 친구도 등장!
우와~ 카키색 '밀리터리 룩'을 입은 디즈니 친구들은 노래에 맞춰 멋진 군무를 보여줬다.
특히 구피가 그 기다란 다리를 쭉~ 찢으며 아주 그냥 춤에 열정적이었다.
가족단위로 테이블에 앉은 미국 관람객들은 신나게 박수를 치며 환호했는데,
연예인 공연을 보는 듯 감동을 받은 어린 친구들의 표정을 보자 나까지 감격이 밀려왔다.
짧은 공연이 끝나자 캐릭터들은 테이블마다 돌면서 사진을 찍어주고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눠주는 특급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런 걸 캐릭터 다이닝이라고 부른다나.
ㅎㅎㅎ 인증샷의 향연.
V 하고 찍고, 셀카도 찍고, 한번 안아도 보고… 동심으로 돌아가서 원 없이 즐긴 시간이었다.
아이돌 팬미팅 가도 이런 거랑 비슷한 거지? ㅎㅎ
캐릭터들과의 대화는 불가능했지만. 인형탈 속 사람들은 정말 그 캐릭터에 '빙의'되어 따뜻한 미소와 행동을 보여줘 감동이었다.
캐릭터들의 '싸인'이 적힌 엽서까지 겟! 황송합니다요
미키, 미니 하면 어렸을 적부터 들었던 생각은 '미국'.
만화영화를 직접 본 적은 없어도 그 '미국 미국 한 느낌'에 원인 모를 동경심이 일었던 것 같다.
어느새 결혼을 해서, 실제 미국에 와서 디즈니 캐릭터들의 공연까지 보고 있다니 참 감회가 새로웠다.
Tusker House에서의 점심과 공연 덕에,
디즈니 4개의 파크 중 나의 최애 파크는 '애니멀 킹덤'이 되었다.
성인들이 즐기기에 가장 최적화된 장소도 바로 이 곳인 것 같았다.
점심 식사 이후, 우리는 말로만 들었던 엄청난 놀이기구 '아바타'에 탑승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