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본질은 무엇일까?
팀장 역할을 오랜만에 다시 맡게 되었습니다.
처음 팀장 역할을 맡았던 것이 2019년이었는데, 팀 규모가 3명에서 12명까지 커졌습니다. 그러다가 사업부문장이 되어서 3개 팀, 30명이 넘는 사람을 총괄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현 회사에서는 경영진의 위치에서 조직을 리딩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작년 말부터 공석이 되어버린 한 팀을 책임지기 위해 오랜만에 한 팀의 팀장을 겸직하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과거에도 해보았던 일인데, 그간 새로운 경험이 쌓여서인지 이번 경험은 예상보다 더 낯설었고, 그만큼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 했었던 것 같습니다. 리더십에 대한 책도 읽고, 스터디도 하고, 주변 선배님들로부터 조언도 구하고, 과거의 제 경험에서 좋은 팀장이 될 힌트를 찾기도 하였습니다. ‘이건 해봐야지’, ‘이건 하지 말아야겠다’며 다양한 실험도 했습니다.
팀의 방향성을 잡고, 구성원들의 업무 진행 과정을 챙기고, 결과를 정리하는 일.
또한 함께 식사를 하고 커피 한잔, 술 한잔을 통해 팀워크를 다지기고 하였고, 팀원들의 감정을 보살피고 긴장을 조율하고 성장을 돕는 일에도 매진하였습니다. 팀의 대변하여 무언가를 주장하기도 하였고, 팀원들 하나하나의 입장과 업무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원온원도 열심히 해보았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운이 좋게도 좋은 팀원들과 좋은 시기를 만나서 나름의 성과도 내고 인정으로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너무나 다양한 일을 해왔기에 반대로 명확하게 이것이 리더십의 본질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해왔던 모든 것들은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이를 반대로 해석하자면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그 모든 것을 다 해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했던 일들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래하고 있던 전사 사업전략이사 역할을 여전히 하면서 회사의 전략/IR/재무/인사를 챙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회사 COO 역할도 겸하고 있으면서, 앞서 말한 개별 팀의 팀장 역할까지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팀원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이야기지만, 제 시간 중 5분의 1 정도만 개별 팀의 팀장 역할을 위해 쓰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원들 개별의 업무들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디테일한 피드백을 주기도 어렵습니다. 팀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깊이 알지 못할 때도 많고, 점심을 함께하거나 회식이나 사적인 대화를 나눌 여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점은 팀이 꽤나 잘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 기분 좋으라고 인사치레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팀원들은 모두 다 과거보다 팀이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우리 팀 좋다, 잘 될 것 같다,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팀이 진행하는 개별 프로젝트가 매번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목표 지표도 때로는 달성하지만 곧잘 실패하곤 합니다. 하지만 팀은 의의로 성공적으로 굴러갑니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더 큰 목표를 달성할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반드시 성공하고 목적지에 도달할 자신이 있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예전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지금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데, 팀은 잘 굴러가고 있고 구성원들은 저를 존중해 줍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저도 이 지점이 당황스럽고, 아직도 혼란스럽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에게 팀원들과 가장 큰 접점은 매주 1회 실행하는 주간 스크럼입니다. 그 스크럼에서 제가 하는 일은 사실 별 것이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아래 2가지인데, 이것이 결국 리더십의 본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1) 팀의 목표를 명확하게 (가능하면 수치화하여) 제시하고 그것을 계속 점검하는 것
(2) 목표로 가기 위해 할 일을 확실하게 정하는 것.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확실히 자르는 것
이를 통해 팀원들은 본인들, 혹은 우리 팀이 어디서 향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물론 제시된 그 목표 지점이 납득 가능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당장 오늘, 혹은 이번 주, 이번 달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무슨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가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개인들은 이제 그 트랙 위에서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우리 팀원들은 그 길을 함께 열심히 달려줄 열정과 역량은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 나머지는 부수적입니다.
목표와 할 일을 명확하게 하는 과정에서 탑다운 방식을 택할 수도, 바텀업 방식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 열정과 헌신을 요구할 수도 있고, 하나씩 설득하면서 참여와 도움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스타일의 문제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목표와 할 일이 명확해지고 그것이 납득가능하냐"입니다. 그것만 된다면 스타일의 차이는 모두 다 충분히 이해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따뜻하고 배려심 넘치는 팀워크가 형성되면 물론 좋습니다. 개개인이 입장을 존중해 주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물론 훌륭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추가 미션과 같은 것입니다. 달성되면 보너스 점수를 얻지만, 결국은 보너스 점수 일뿐 메인 미션이 될 순 없습니다. 결국 회사는 일을 하는 공간이다 보니, 업무가 잘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은 리더뿐 아니라 구성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 목표와 할 일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메인 미션입니다.
글을 쓰면서 조금 더 명확하게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아래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팀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목표와 할 일을 명확하게 정해준다"
대상은 "목표"와 "할 일", 2가지이며, 그 속성은 "납득 가능함", "명확함", 2가지입니다.
물론 저것을 넘어서 더 많은 것을 해주면 더 좋겠습니다. 그런 욕심이 저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해주는 것보다 저 명제를 일단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지금도 나름 잘 돌아가는 팀인 것 같지만, 더 설득력 있는 목표와 할 일을 정하고 그것을 더 명확하게 할 여지는 아직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회사의 어떤 리더분과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그분도 큰 규모의 팀을 이끌면서 좋은 리더로 평가받고 계신 분인데, 저와 함께 입을 모아서 이야기하는 주제가 "리더 너무 어렵다"였습니다.
사실 저도 살면서 정말 좋은 리더를 만나본 경험이 손에 꼽습니다. 저에게나, 다른 누군가에게나 참으로 어려운 목표입니다.
부족하고 짧은 글이지만, 리더에 대한 고민을 가지신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었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목 이미지 : Unsplash의 Jehyun Sung